서울시 일선구청과 시산하기관들이 한글사용하기 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제까지 한글사용하기와 관련된 활동이 주로 일반시민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온데 반해 이번 운동은 대표적인 보수집단인 공무원사이에
서 전개되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은평구청은 관내의 잊혀져가는 옛 땅이름을 되살리기로 하고 최근
"내고장 옛이름"이라는 책자를 펴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자에는 "패일재""궁말""대추마을""밥할머니묘소"등 듣기에도
정겹고 부르기 좋은 우리 고유의 땅이름 43개가 위치도와 함께 유래가
알기 쉽게 소개돼있다.

오늘의 대조동(대조동)은 "대추나무골" 또는 "대추마을"로 불리었는데
이곳의 대추나무가 유난히 크고 열매도 많이 열렸다는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또 녹번동 4의 6일대는 예로부터 물이 맑아 "운물골"로,19일대는
비가 올때마다 길이 빗물로 인해 파인다고해서 "패일재"로 불리었다는
것. 은평구는 이러한 "내고장 옛이름"들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자 이들 43개 해당지역에 옛 땅이름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주민은 물론 관내 청소년들에게 고향의식을 고취시키기로 했다.

유동주은평구청장은 "서울 뿌리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고장의 옛이름찾기
운동을 벌이게 됐다"며 "생각보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발굴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의욕을 밝혔다.

서울지하철건설본부도 지하철역의 이름을 붙일때 공덕,김포공항,개포교등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시설물이나 동이름외에 혼란을 주지않는
범위에서 해당지역의 산,섬,길,전설,인물등에서 따온 우리말을 채택하고
있다.

학여울역(3호선 연장선),당고개역(4호선),탑골,까치산,애오게,밤섬,광나루
,굽은다리역(5호선)과 마들,먹골역(7호선)등이 부르기 좋고 듣기에도정겨운
우리말로 된 전철역 이름이다.

이는 현재 운행중인 지하철 1~4호선중 2호선의 뚝섬역만이 우리말전철역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이동본부장은 "현재 공사중인 지하철 5~8호선과 98년께부터 착공에
들어갈 9~12호선의 역이름을 가능한 지역의 옛이름들을 찾아내 한글로
붙이겠다"고 말했다.

또 작으나마 시청 문화과는 각종 문화행사를 여는 경우 이제까지
팜플렛등 각종 홍보자료에 "<><>행사 개최"라고 쓰던 것을 최근부터
"개최"대신 "열음"이라는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학계및 사계와 협의를 거쳐 부작용이 없는 범위에서
일부 지역 명칭을 한글로 고쳐쓰는 것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시관계자는 "우선 제1한강교의 중지도나 여의도의 윤중제,덩굴풀이
많아 덩굴내로 불리던 한강지류의 욱천(욱천)등 일본식 명칭을 "가운뎃섬""
뚝방길""덩굴내"등으로 바꾸는 것이 검토대상"이라고 밝혔다.

<방형국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