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의 수은주가 극과 극인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체감온도가
폭염지수까지 더해 천양지차를 이루고 있다.

섭씨 영하 11-23도인 "여름 속의 한겨울"같은 어름창고 빙과류냉동창고
에서 방한복을 두껍게 껴입고 작업하는 인부들은 더위와는 담을 쌓은
사람들.

반면 섭씨 50-1천5백도의 제철소용광로 조선소용접장 유리제조공장에서
방한복 같은 석면복이나 석면장갑을 착용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은
올해처럼 겨울이 기다려지는 때가 없다고.

서울영등포구문래동 롯데삼강 빙과류 공장의 냉동창고 실내온도는 바깥과
50-60도 차인 섭씨 영하23도. 이 냉동창고에 들어가 아이스크림등 빙과류
를 꺼내오려면 인부들은 방한복 방한화 장갑등으로 중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인부들은 예년과 달리 올해는 빙과류가 불티나게 팔리는 바람에
작업량이 늘어 예년보다는 추위를 덜 느낀다고.

또 에어콘을 생산하는 만도기계 아산공장에는 하루종일 성능시험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싫든 좋든 에어콘 바람을 쐬는 품질관리팀 직원들도
있다.

원준호씨(27)는 "작년엔 여름경기가 안좋아 이때 쯤엔 출고량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무더위로 매출이 급증,쉴 새 없이 에어콘 바람을 맞는
바람에 주위의 부러움을 잔뜩 사고있다"고 말했다.

영하 11도 안팎의 한국냉장 어름창고와 시원한 빙판 주위에서 일하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와 잠실 롯데월드 실내스케이트장 직원들도 피서가
따로 필요없는 사람들.

이에반해 포항제철의 제강공장내에는 섭씨 1천5백도나 되는 쇳물이 쭉쭉
흘러내리는 전로 옆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일년내내 더위를 먹고 살지만
올해같은 더위는 일찍이 느껴보지 못했다고.

이밖에 용접불꽃을 튀기며 쇠를 붙이는 조선소의 인부들과 유리공장
직원들, 대장간의 대장장이들도 자연과 인공의 "이중 더위"를 이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