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경총이 지난해에 이어 한자리수의 단일임금인상율을 또다시 도출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본격적인
노사협력시대를 열어가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특히 우리경제의 가장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해왔던 고물가 고임금의
악순환고리를 차단하고 임금안정에 나섬으로써 노사 모두가 국민경제회생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올해 처음으로 노.사.정 3자가 사회적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그동안의
임금만을 둘러싼 노사관계가 조세 물가 고용등 사회 경제전반에 걸쳐 논의
할 수있는 신협력체제로 발전될수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는 노총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이 있었음에도 UR(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이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임금안정이 시급하다는 대명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고통분담에 동참하면서 경제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던 만큼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은 올해에는 더욱 노사 모두가 이를 공감할수 밖에 없었
다는 얘기다.

노총관계자는 이와관련,"경제난국을 타개하기위해 각계 각층이 발벗고
나서는 마당에 경제주체인 노동계가 이를 외면할수 없어 일부 내부반발을
무릅쓰고 한자리수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하게된 것"이라고 타결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92년까지만 해도 노총과 경총은 별도의 임금인상지침을 제시해왔고
단위사업장들은 현격한 노사양측의 입장차이로 임금협상시즌만 되면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4.7-8.9%의 저율임금인상안이 마련된 이후 산업현장은
급격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또다시 노사대표가
안정된 수준에서 임금협상을 타결시킨 것이다.

노총과 경총은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처음부터 각각 6.6-10.8%와 3.2-
6.1%로 제시, 양측의 요구격차(3.1-4.7%포인트)가 좁혀지면서 무난한 협상
타결이 점쳐졌었다.

이처럼 올해 양측의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수 있었던 것은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사간의 갈등을 더이상 지속다가는 국민
모두가 공멸할수도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기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비록 단위사업장노사에 대해 강제력을 갖지 못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연례행사처럼 치러왔던 노사분규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금합의가 처음 도출된 지난해의 경우에도 당초 우려와는 달리 많은
사업장노사들이 단일임금안내에서 임금협상을 타결시겼다.

실제로 지난해 1백인이상 5천5백11개사업장 가운데 단일임금인상안(4.7-8.9
%)이내에서 임금협약을 마무리한 사업장은 전체의 97.4%인 5천3백69개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임금안정은 노사관계안정으로 이어져 지난해 노사분규건수도
지난92년의 2백35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1백44건만을 기록했다.

또 생산성향상,근로자 복지증진및 고용안정에 대한 정책.제도개선부분의
사회적 합의는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킴으로써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타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사
협상이 노.사.정 협조체제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협상자체의 한계와 극복
과제가 산적해있다.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한 물가는 올들어 정부가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
하면서 물가불안이 가중돼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1. 4분기중 소비자물가는 이미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억제선으로
잡은 6%의 절반수준을 넘는 3. 3%를 기록,정부가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올해 단위사업장의 임금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전노협,현총련,대노협,업종회의등 재야노동단체들로 구성된
전노대(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의 단일임금안수용여부도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합의가 실효를 거두려면 정부는 사회적합의부분에
대한 이행약속을 지켜야 하며 노동관계법도 노.사에 균형이 맞춰지도록
손질이 가해져야 할것이다.

아무튼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우리경제가 살아남기위해선
지난날의 소모적인 불법파업이나 무리한 임금인상요구의 관행에서 벗어나
노동계와 사용자 모두가 국민경제의 주체라는 책임의식을 갖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