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6일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16일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지난 16일 나왔습니다. 내년부터 5년간 서울에 주택 50만 가구 신규 공급을 비롯해 전국에 27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전 정부와 달리 공공이 아닌 민간이 '총대'를 멥니다. 전체 공급 물량 중 68%를 민간이 책임집니다. 재건축 최대 걸림돌인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역시 면제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은 차가웠습니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부가 공급 계획을 세울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고 비꼬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정책에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의미인데요. 구체적인 실행안이 대부분 후속 계획으로 제시되면서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 수립한다고 밝히자 "사실상 이번 정부하에서는 물 건너간 거 아니냐", "2024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270만호라는 숫자 역시 착공이나 분양이 아닌 인허가 물량이라는 점에서 "공허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정책 이벤트 소멸 효과와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대감이 한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GS건설은 부동산 정책 발표가 나온 날 3.31% 내린 3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DL이앤씨(-2.64%), 대우건설(-2.64%), 현대건설(-2.60%), 삼성물산(-0.81%) 등 다른 건설사들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 바라본 '8·16 부동산 대책'은 어떨까요.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변화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공 위주의 공급 확대 정책에서 민간 위주의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 이번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변화"라며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 도심복합개발법 제정 등 국회 통과가 필요한 사안들이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뒷받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성 재확인과 구체화 측면에서 긍정적 이벤트로 판단한다"며 "법률 개정 등 후속 조치가 수반되어야 하기에 단기적인 정책 효과보다는 중장기적인 변화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주들에 대한 전망은 엇갈립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효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형 건설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지난 6월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의 강도가 크지 않았고, 금리 및 공사비 상승 등 건설사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번 정책으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업체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민간 중심으로의 부동산 정책 변화는 건설업종에 우호적"이라며 "서울·수도권 도시정비 사업 수혜가 가능하고 해외 도시개발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