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건축에서 건축주들이 가장 힘들어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가 ‘시공’이다. 하지만 일부 건축업체가 몰지각한 행태를 일삼아 시공에 관해 문외한인 일반인 건축주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건축주 S씨는 건축박람회에 가보고 많은 전문가를 만나면서 나름 건축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한 회사에 설계를 의뢰하고, 건축업체와 시공 계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뒤 시공사에서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세하고 재무 상태가 부실했던 그 회사는 결국 부도를 냈다. 현장 소장도 “월급을 못 받아 더는 못 버틴다”는 말과 함께 잠적했다. 결국 공사 현장은 멈춰 서게 됐다.

노후 대비를 위해 수익형 꼬마 빌딩을 짓기로 한 Y씨는 지인에게 소개받은 시공사와 덜컥 시공 계약을 했다. 그런데 공사 완료 두 달을 앞두고 공사가 중단됐다. 알고 보니 시공사는 계약과 동시에 수수료만 챙기고 실제 공사는 대부분 하도급 업체에 맡긴 것이다. 하도급 업체가 망하면서 현장이 멈춘 것인데, 시공사는 공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위 두 사례는 최근 국내 중소형 건물 건축 시장에서 실제 있었던 일들이다. 그만큼 재무 상태가 영세한 시공업체로 인한 사고가 많고, 성공적으로 건축이 완료된 현장이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원인은 시공사의 난립이다. 영세 업체들의 과도한 수주 경쟁과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당연히 업체들도 자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일부 시공사의 부도덕한 태도도 한 원인이다. 결국 애꿎은 건축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피해를 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공사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조사가 필수다. 신용도 체크는 기본이고, 그 회사가 완성한 건물의 주인을 직접 만나 시공사 평판도 조사할 것을 권한다. 재무 상태가 안 좋은 시공사를 만나면 위 사례와 같은 일이 생길 수 있고, 이를 정상화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물 공정에 대한 건축주의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 아니면 일부 몰지각한 시공사가 공사 계약부터 시작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설치한 수많은 ‘지뢰’(공사 변경을 유도해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것)를 만날 수 있다. 이런 지뢰를 피하려면 이들의 생각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파악하고 나의 능력치를 명확하게 하는 차선책까지 갖춘 치밀한 사업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결국 건축주도 실전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송찬호 < 행복 건축협동조합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