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입주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작은 사진은 같은 부지에 1956년 지어졌던 옛 사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017년 11월 입주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작은 사진은 같은 부지에 1956년 지어졌던 옛 사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을 나서면 새하얀 달항아리를 닮은 한 동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2017년 10월 완공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이다. 설계를 맡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형상이 아닌 달항아리가 가진 절제된 아름다움의 본질을 건축 디자인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용산 사옥을 지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 치퍼필드는 ‘연결’을 키워드로 잡았다. 임직원이 소속감과 애사심을 가지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 주민·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 역할을 충족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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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지하 7층~지상 22층으로 된 큐브 형태로 지어졌다. 지하 1층~지상 3층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공용 공간이다. 1층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소규모 전시 공간인 ‘APMA 캐비닛’,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도록을 열람할 수 있는 ‘전시도록 라이브러리(apLAP)’ 등으로 구성돼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다. 2~3층에는 450석 규모의 대강당 ‘아모레 홀’이 들어서 있다. 사내 임직원과 외부 방문객을 위한 복합 문화 프로그램(살롱 드 AP),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인문교양 강좌 시리즈(아시아의 미)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치퍼필드의 설계 모티브는 한국의 전통 가옥이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소들을 건물 곳곳에 반영했다. 햇빛을 차단하는 대나무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건물 외관(파사드)에 유선형의 수직 알루미늄 핀을 설치했다. 또 한옥의 개방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로지아(logia·한쪽에 벽이 없는 복도 모양의 방)’의 특징을 살려 건물 내 세 개의 정원(루프 가든)을 설계했다. 루프 가든은 각각 5·11·17층에 마련됐다. 마당이 있는 한옥을 3차원 오피스 사옥으로 해석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건물은 독특한 설계와 조경으로 국내외 권위 있는 건축상을 휩쓸었다. 2018년 ‘제2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대상과 ‘제9회 대한민국 조경문화대상’ 정원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해 ‘제41회 한국건축가협회상 Yearly Best 7’에도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건축상인 CTBUH의 ‘2019년 세계 최고의 고층건물’에서 2개 부문(공간 인테리어·100~199m 높이 고층건물) 대상과 1개 부문(기계전기설비) 우수상을 받았다. 국내 건축물 중 CTBUH 어워즈의 대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옥상 정원으로 ‘2019 IFLA 어워드’에서 아·태지역 문화도시 경관 분야 우수상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2019 IDEA’에서 본상(Finalist)을 수상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