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로또 분양' 당첨, 60점도 안심 못한다
청약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1순위 청약 당첨 가점 평균이 70점을 넘은 단지까지 나오고 있다. 4인 가족이 무주택 기간 15년,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을 꽉 채워야 받을 수 있는 69점보다 높은 점수다. 반면 지방에서는 1순위 청약 미달 단지가 이어지는 등 청약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천 푸르지오, 당첨자 평균 70점

수도권 '로또 분양' 당첨, 60점도 안심 못한다
24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과천푸르지오 벨라르테’(조감도)는 당첨 가점 평균이 70.6점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 청약 당첨 최고점은 전용 74㎡A 주택형에서 나온 83점으로 확인됐다. 만점(84점)에서 1점 부족한 점수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14년을 채운 뒤 부양가족이 최소 6명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가첨제로만 뽑는 전용 85㎡ 이하 주택형 중 가장 낮은 당첨 점수는 63점으로 조사됐다.

대우·금호·태영건설이 함께 공급하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5개 동 규모다. 전용 74~99㎡ 총 504가구로 이뤄진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처음 공급되는 민간분양 아파트여서 관심을 끌었다.

이 단지에 청약 고점자가 대거 몰린 것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이 단지 분양가는 3.3㎡당 평균 2371만원으로 책정돼 과천 아파트평균 시세(4364만원)의 반값 수준에 불과하다. 이달 중순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는 350가구 모집에 4만7270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135 대 1에 달했다.

지난 23일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길음동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는 평균 가점이 64.2점으로 집계됐다. 청약 경쟁률이 466 대 1로 가장 높았던 전용 84㎡는 평균 가점이 69.4점이었다. 다른 주택형도 평균 당첨 가점이 모두 60점을 넘었다. 지난 5월 분양한 동작구 흑석동 ‘흑석 리버파크 자이’의 경우 청약 가점 만점(84점)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분양한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의 청약 가점은 최고 74점, 최저 63점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지방 간 격차 커질 듯

수도권 청약시장에서 고가점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최근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의 반기별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16.6 대 1을 기록한 뒤 올 상반기 들어 34.5 대 1로 뛰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지난해 하반기 44.2 대 1이었던 1순위 청약경쟁률이 상반기 75.6 대 1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는 수도권과 일부 지방 대도시 지역에만 한정된 현상이다. 지방 소도시 등에서는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지난 15일 동시에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경북 경산 ‘사동 팰리스 부영2단지’와 충남 당진 ‘호반 써밋시그니처’는 각각 1순위에서 90가구, 312가구가 미분양돼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지난 2월 부산 부산진구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면 스위트 엠골드 에비뉴’는 전용 59㎡에서 최저 가점 7점 당첨자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 청약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달부터 규제지역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서도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본격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서울 및 수도권 재개발 아파트의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이 기존 15%에서 최대 30%로 늘어나는 것도 수도권의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아파트 거래에 대한 정부 규제가 더 강해질수록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도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