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전셋값, 1년새 11억으로 폭등…송파 헬리오시티 세입자 '전전긍긍'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사진)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 현 시세의 절반 수준에 입주한 세입자들은 계약 갱신을 1년여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가 11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작년 초만 해도 5억5000만~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사이에 두 배 안팎 폭등한 것이다. 전용 150㎡ 전세도 지난해 11월 22억원에 거래됐다. 1월 14억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최근 1년 동안 송파구 전셋값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송파구 전셋값은 작년 4월부터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4월 0.16%로 상승 전환했던 월간 변동률은 폭을 점점 키워 10월에는 0.41%, 12월에는 0.7% 올랐다. 입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정시 확대, 자립형사립고 폐지 등에 따라 학군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이에 더해 미성·크로바(1350가구), 진주아파트(3402가구) 등 송파구 내 재건축 이주 수요도 발생했다.

송파구 내에서 헬리오시티의 가격 변동폭이 가장 컸다. 작년 초에는 9510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동시에 입주하며 전셋값이 낮게 형성됐지만 입주가 거의 마무리되자 급상승 곡선을 그렸다. 가락동 H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다 보니 상승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세입자는 입주가 시작된 작년 초 계약을 맺었다. 내년 초 계약을 갱신하려면 5억~6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벌써부터 집주인에게 월세나 보증부월세 전환을 요청하는 세입자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입주가 진행 중인 강동구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중순만 하더라도 명일역솔베뉴, 고덕그라시움 등 대규모 단지 입주 영향으로 전셋값이 전용 84㎡ 기준으로 5억~6억원 수준에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 전셋값 상승세가 본격화되자 호가가 6억~7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고덕동 A공인 관계자는 “강남, 송파 전세가 뛰면 전세 수요가 강동구로 온다”며 “계약 갱신 시점이 되면 많은 세입자가 외곽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