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상승세는 내년에도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내년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과 상승폭이 조정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내년 수도권 집값 강보합세…신축 아파트 인기는 여전할 것"
○전국 집값 상승세 가팔라

올해 초만 해도 약보합세가 지속되던 부동산시장이 지난여름을 고비로 상승세로 전환된 데 이어 가을을 지나면서 점차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간아파트 상승률은 9월 첫째주 0.01%를 기록한 이후 상승폭이 줄어들지 않다가 12월 첫째주에는 0.10%까지 다다랐다.

흐름을 이끈 건 5년 이하의 신축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이후 생겨난 신규 주택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5년 이하 신축 아파트가 12월 첫째주 0.15%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첫째주에 0.01%를 기록하며 상승 전환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키웠다.

신축이 이끈 상승 열기는 부동산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재건축 단지로 분류되는 20년 초과 아파트는 12월 첫째주 0.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도 서울을 넘어 경기지역과 지방 광역시로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된 과천은 11월 이후 매주 0.97%, 0.89% 등 폭등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용인 수지도 12월 첫째주 0.56%를 기록하며 상승폭이 매주 커지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은 11월 들어 모든 주간 0.10%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며 급등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보다 더 큰 상승장’ vs ‘보합’

대부분 전문가는 내년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하락에 따라 시중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도 경기 악화로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유동성도 풍부해 집값이 크게 조정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승폭에 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지금의 급격한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량이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서울의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2012가구로 집계됐다. 올해(4만3006가구)보다 2.3% 감소한 물량이다. 서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전국적으로도 내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34만여 가구(아파트 총가구 수 기준)로 올해(39만8154가구)보다 14.2% 줄어들 전망이다.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전셋값이 상승해 결국 집값을 밀어올릴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부동산 칼럼니스트 강승우 씨(필명 삼토시)는 “전셋값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전셋값 상승지역이 생기고 이런 곳들을 중심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거시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부동산시장이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랩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 경기 전망도 밝지 않아 주택 구매력이 계속 낮을 것”이라며 “거래량 증가가 없을 테니 대세상승장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세가율이 하락해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매매가격이 더 상승하고 있어서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대출이 막혀 있는 현 상황에서 전세가율은 매우 중요하다”며 “서울 전세가율이 58%대로 뚝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수요가 위축돼 큰 폭의 상승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축 인기 지속될 듯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승철 컨설턴트는 “신축의 열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신축을 고를 때 5년 이하는 이미 많이 올랐고 5~10년 사이의 매물을 살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기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대상 주택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확대’ ‘재건축 허용 연한 확대’ 등 추가 규제가 나오면서 정비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역별로는 지금까지 덜 오른 수도권 지역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곳을 위주로 이른바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명숙 센터장은 “덜 오른 곳은 전세가율이 아직 높아 투자 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에 이미 오른 다른 지역 아파트 가격을 뒤쫓아 가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확실해서다. 함영진 랩장은 “청약가점이 60점 이하인 실수요자는 서울 주요 지역 당첨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는 지역별 당첨 가점을 잘 살펴 당첨 가능한 곳에 청약하거나 매매로 돌아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