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늘던 서울 아파트 전세, 이달 절반 이상 급감…"전세가 안나가요"
先전세 움직임에 재계약도 늘어…31일 헬리오시티 입주도 영향
매매 이어 전세거래도 '꽁꽁'…12월 서울 전월세 거래 반토막
"매매는 물론이고 이달 들어서 전세도 잘 안나가네요.

한달 거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도 안됩니다.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어요.

"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이달 들어 전월세 시장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강남·북 지역을 통틀어 전세가 안빠져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10월, 11월 늘어나던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도 이달 들어 반토막이 났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12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반토막'…단독·다세대도 급감
27일 서울시 부동산거래정보포털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신고건수는 총 6천813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월별 전월세 거래량 통계가 공개된 이후 1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전월세 거래량은 1만2천495건, 2016년 12월은 1만5천406건을 기록하는 등 조사 이래 서울 아파트 12월 거래량이 1만2천건 밑으로 떨어진 해는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현재까지 거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9·13대책의 영향으로 지난가을 들어 부쩍 증가했다.

지난 9월 1만3천133건이던 전월세 거래량은 10월 1만8천138건, 11월에 1만6천53건으로 늘었다.

11월 전월세 거래량으로 2011년 조사 이래 가장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9·13대책으로 대출이 막히고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매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서울 강북구의 경우 12월 현재 전월세 거래 신고건수가 72건에 그친다.

지난달 185건은 물론 작년 12월 151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는 전월세 거래량도 지난달 1천386건에서 12월에는 532건으로 급감했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들어선 전세 물건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통 12월이 되면 전세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매매도, 전세 수요자도 복지부동"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 11월 1천339건에서 이달에는 671건, 서초구는 11월 524건에서 이달에는 233건으로 감소했다.

작년 12월 강남구와 서초구의 전월세 거래량은 각각 1천432건, 865건이었다.

전세 수요가 줄면서 일부 지역은 전세를 내놓고 한 달 이상 안 나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1월 재건축 이주수요가 마무리된 이후 전세거래가 크게 줄어서 전세를 못 빼줘 애태우는 집이 늘고 있다"며 "자금 여유가 되는 집주인은 만기 때까지 전세가 안나가자 보증금을 내주고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해 비워둔 집도 여러 곳 된다"고 말했다.

학군 인기 지역인 양천구 목동도 예외는 아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세자금대출이 막힌 것도 전세거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주택자의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다보니 살던 집은 그대로 두고 학군을 보고 임시로 전세를 살다 가려는 수요도 감소했다"며 "전월세 거래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 만기때 세입자에게 일부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등 역전세난 조짐도 보인다.

노원구 상계동의 일부 아파트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해 1천만원 정도를 내줘야 한다.

전월세 거래량 감소는 단독·다세대 주택도 마찬가지다.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의 12월 현재 전월세 거래량은 5천423건으로 올해 11월(1만2천233건) 대비 56%, 작년 12월(1만46건) 대비 46% 감소했다.

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거래량도 이달 현재 4천146건으로 지난달(9천824건)은 물론 작년 12월(7천841건)에 한참 못 미친다.
매매 이어 전세거래도 '꽁꽁'…12월 서울 전월세 거래 반토막
◇ 10월, 11월 선전세 얻고 재계약 증가…헬리오시티도 영향
전문가들은 12월 들어 전월세 거래가 급감한 것에 대해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일단 집을 구입하려던 수요자들이 9·13대책으로 대출이 막히고 집값 하락이 시작되면서 전세수요로 전환해 10월, 11월에 앞당겨 선전세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12월 들어 유난히 전세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전월세 재계약'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대출이 녹록지 않은 데다 매매로 돌아서는 사람도 감소하면서 계속해서 전세로 살 바에야 이사 비용 등을 감안해 재계약을 선호하는 것이다.

성동구 옥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반적으로 대출이 강화돼 집을 사기 힘들고 전세를 넓혀가기도 어려워지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세입자들이 상당수 재계약을 한다"며 "불황일수록 전세 재계약이 많았는데 올해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거의 안올랐기 때문에 묵시적 갱신을 한 경우 전월세 거래 통계로 잡히지도 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지도 올해 '불수능'의 영향으로 재수를 하려는 수험생이 늘면서 전세 재계약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달 31일 입주를 시작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영향도 받고 있다.

9천500여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의 입주가 한꺼번에 시작되면서 주변 전세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이다.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전세는 입주를 두 달 이상 앞둔 지난 10월 7억∼8억원대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입주가 임박하면서 5억5천만∼6억원대 물건이 줄을 잇고 있다.

입주 만기일인 내년 3월 말 전까지 아파트 잔금 마련을 위한 싼 전세가 나오면서 전셋값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중개업소들은 예상한다.

이 때문에 강남권 전세수요가 헬리오시티로 움직이거나 대기하면서 인근 아파트 전세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헬리오시티는 이달 31일부터 입주가 시작돼 현재 전월세 거래량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다.
매매 이어 전세거래도 '꽁꽁'…12월 서울 전월세 거래 반토막
헬리오시티의 입주와 전월세 수요 감소로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은 수천만원씩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 전셋값은 현재 호가가 5천만원가량 하락했고 잠실 주공5단지도 전셋값이 3천만∼5천만원 내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용면적 76㎡는 5억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4억5천만∼4억7천만원으로 3천만∼5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마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이 5억5천∼6억원 선인데 새 아파트인 헬리오시티의 전세가 6억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쪽으로 옮겨가려는 수요자들이 전세를 내놓는다"며 "이 때문에 겨울 방학철이 시작됐는데도 은마아파트 전셋값이 약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의 전월세 거래 감소가 당분간 이어지다가 봄 이사철을 앞두고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12월 거래량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라면 통상적인 겨울 방학철인 1, 2월에 전세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경기침체, 집값 하락 등으로 이사를 가지 않으려는 심리가 확산되면 전세 만기가 도래한 것들도 재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전월세 거래량은 당분간 계속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