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집값 폭등을 부추긴 것으로 지목받은 부동산 스타 강사들이 예정된 강의를 취소하며 몸 사리기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탄원 글이 올라오고, 정부에서 세무조사를 언급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PD수첩 '후폭풍'…몸 사리는 부동산 스타 강사들
지난 23일 MBC는 ‘PD수첩’을 통해 유명 부동산 전문가들이 특정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와 결탁해 아파트 시세를 교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강생들에게 특정 동네 아파트를 찍어주며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거나 공동 투자를 알선했다는 것이다. 이날 방송엔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과 주지오 씨(필명 ‘부산사랑’), 이나금 씨 등 유명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모습도 담겼다.

방송 직후 이들 전문가는 중개업소와 연계한 수익 사업을 하거나 특정 동네, 특정 아파트를 ‘찍어주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소장은 “따로 강의를 모집하거나 중개업자와 연계하는 등의 수익 사업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주씨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원리를 설명하는 게 강의의 대부분”이라며 “유료 컨설팅은 단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타 강사들을 엄벌해 달라는 민원이 등장했고, 국정감사에서는 한승희 국세청장이 이들 강사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시사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었다. 결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예정된 일정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주씨는 앞으로 투자 관련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순수한 마음으로 강의했더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수많은 분들이 아파트값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적 반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걸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 관련 강의를 하지 않는 게 공익에 부합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도 입단속에 나섰다.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자산 컨설팅을 주로 하는 한 시중은행은 외부 강의 금지령이 내려졌다. 일부 증권사에서도 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외부 행사 참여를 자제하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직업 특성상 시장 전망과 분석을 하는 것인데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쉽게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