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심서 빠른 주택공급 가능…그린벨트는 5∼7년 걸려"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고수…"필요할 경우 자체적으로 해제"


정부가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서울 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이 빠지면서 서울시는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그린벨트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시가 계속해서 그린벨트 해제를 결사반대하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필요할 경우 직권으로 서울 그린벨트를 풀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국토부 그린벨트 갈등 불씨 여전… '직권해제' 카드 등장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강남권에 대규모 신규택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서울시가 반대해 이날 발표한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완전히 물러선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국토부 해제 물량의 일부를 직접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30만㎡ 이하 그린벨트는 서울시장이 해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토부 장관이 공공주택 건설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직권으로 지구를 지정해 해제할 수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주택시장 안정에 불가피하다고 보면 서울시 의견과 관계없이 그때는 자체 판단으로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방안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그린벨트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견지해온 원칙을 바탕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방북 소회를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그린벨트 관련 질문이 나오자 "워낙 엄중한 문제라 충분히 협의해 검토하겠다"며 "정부도 얼마나 고민이 깊겠나"라고 밝혔다.
서울시-국토부 그린벨트 갈등 불씨 여전… '직권해제' 카드 등장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이날 공급대책을 발표하기까지 일주일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국토부와 서울시 간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 17일엔 청와대까지 조율에 나섰다.

국토부는 서울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없이 도심 유휴지 개발, 역세권 용도지역 변경 등 규제 완화를 통해 5만호보다 더 많은 물량인 6만2천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해 일단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잠재울 수 있었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비치자 청와대와 여당이 "다른 소리가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조율 이후 18∼20일 박원순 시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함께 평양 방문 길에 올라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가 발표 전날 밤 최종 조율이 이뤄졌다.

박 시장은 평양에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시청으로 와 참모진 회의를 열고 공급대책 등 현안을 논의했다.
서울시-국토부 그린벨트 갈등 불씨 여전… '직권해제' 카드 등장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에는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가 빠졌으나 추후 해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중소규모 택지를 조성해 6만5천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서울에 '2만호+α(알파)'를 할당했다.

도심 내 주택공급 속도, 물량이 충분치 않다면 이때 국토부의 그린벨트 직권해제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벨트와 관련해선 '최후의 보루', '미래 세대에 남겨줘야 할 유산'으로서 지켜내야 한다는 박원순 시장의 입장은 확고한 상황이다.

박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접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협력하기로 한 상황에서 그린벨트 문제에서까지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도 있다.
서울시-국토부 그린벨트 갈등 불씨 여전… '직권해제' 카드 등장
서울시는 그린벨트보다 유휴지 등을 활용하면 빠른 주택공급이 가능해 집값 안정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에선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포동 재건마을 등 11곳을 신규택지로 개발한다.

상업지역 복합건물의 주거용 용적률은 400% 이하에서 600%까지 허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는 주택공급까지 5∼7년이 걸린다.

땅을 파면 세월이 다 간다"며 "반면 도심지에선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 추세 역시 도심 주거지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고령화될수록 도심으로 인구가 돌아오기에 도쿄, 런던 등은 도심 용적률을 높여 압축된 도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