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부도로 아파트 입주 지연 때 중도금·잔금 내지 않아도 책임 없어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으면 분양계약에 따라 약정한 일시에 중도금과 잔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지방의 경우 주택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분양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분양회사의 도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분양계약 후 분양회사가 도산하는 등 신용상태가 불안해지거나 재산상태가 악화돼 약정한 입주기한까지 완공해 입주하게 해주는 것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생겼음에도 수분양자는 계속 중도금이나 잔금을 내야 한다면 공평과 신의의 원칙에 반한다.

이때 수분양자는 분양회사에 그런 불안한 사유가 소멸할 때까지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지체책임을 지지 않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민법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는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536조 2항)고 규정해, 매수인 즉 수분양자에게 ‘불안(不安)의 항변권(抗辯權)’을 부여하고 있다.

‘분양회사가 입주기한을 지키기 어려운 불안한 상태이므로 나도 중도금을 낼 수 없다’는 항변권을 인정한 것인데, 그 인정 여부는 당사자 쌍방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2004다8791 등)

분양회사가 부도난 뒤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수분양자들이 사업부지 가압류 및 공사 지연, 입주예정일 지연 등을 이유로 4~5회 이후의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안에서 수분양자들에게 불안의 항변권을 인정한 판례의 판결 이유를 살펴보자.(대판 2004다24106,24113)

먼저 아파트 수분양자의 중도금 지급 의무는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회사가 수분양자를 아파트에 입주시켜 줘야 할 의무보다 선(先)이행해야 하는 의무지만, 건설회사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은 민법 536조 2항의 ‘건설회사의 의무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므로 아파트 수분양자는 건설회사가 그 의무 이행을 제공하거나 매수한 권리를 잃을 염려가 없어질 때까지 자기의 의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고, 수분양자에게는 이런 거절권능의 존재 자체로 인해 이행 지체의 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수분양자가 건설회사에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수분양자 입장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분양회사의 재정상태를 꼼꼼히 살펴 부도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미 부도났거나 부도 위험이 매우 크면 중도금 지급을 유보하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김재권 <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