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보유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서울 오피스빌딩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 매각차익을 얻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하반기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서 빌딩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차입금을 상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1일 업무용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4380억원에 매입한 옛 삼성화재 을지로빌딩을 1년 만에 팔기로 했다. 이 건물은 서울 을지로1가에 있는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4㎡ 규모의 대형 오피스다. 당시 부영은 3.3㎡당 2650만원으로 단위 면적당 최고가에 이 건물을 사들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차입금 상환을 위해 광화문 본관을 독일계 자산운용사인 도이치자산운용에 418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JW홀딩스는 서초사옥을 부동산펀드에 1480억원에 팔기로 했고, 게임회사인 드래곤플라이는 상암동 DMC타워를 435억원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임채욱 젠스타 전무는 “사옥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 중 여러 곳이 최근 사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며 “매입 수요가 있고, 가격이 높을 때 팔아 사업자금으로 쓰거나 부채를 상환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 서초사옥은 국내 오피스빌딩 매각 최고가(단위 면적 기준)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타운 내 3개 동 중 한 곳인 이 빌딩은 매각 본입찰에 국내외 투자기관 10여 곳이 참여했다. 매각주관사인 세빌스가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투자설명서(IM)에 따르면 이 건물의 장부가는 토지(3845억원)와 건물(1703억원)을 합해 5548억원이다. 3.3㎡당 2250만원 정도다. 업계에서는 매각가격이 3.3㎡당 3000만원(7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오피스빌딩은 공실률 부담에도 높은 매각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3.3㎡당 2810만원에 매각된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7132억원)가 역대 상업용 부동산 중 3.3㎡당 최고 매각가를 기록했다. 이달 여의도에서도 이 지역 오피스빌딩 최고가 매각 기록을 새로 썼다. 3.3㎡당 2060만원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SK증권빌딩이다.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여의도의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연면적 8만㎡ 이상)의 공실률은 15.5%에 달한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