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보유세·금리 인상 등 악재로 집값 하향안정 전망
"자산 리모델링 해야"…새 아파트 청약·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관심
변곡점에 선 하반기 주택시장… 전문가 "신규투자 미뤄야"
하반기 주택시장은 '변곡점'에 놓여 있다.

상당 기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과 달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은 그나마 견고함을 유지해왔지만 하반기 이후부터 하락 또는 상승의 경향이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값은 정부의 규제 정책이 집중되면서 재건축을 중심으로 4월 이후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서울 전체적으로는 올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보유세 개편과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보유세·금리 인상, 입주물량에 따라 서울도 가격 하락 가능성
1일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보유세 개편의 초점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제시한 1∼4안의 편차가 커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종부세를 올릴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다만 그간 집값이 많이 오른 데 따른 피로감에다 신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하반기에도 집값이 상승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주택을 추가 매수하려던 사람들은 매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서울을 비롯한 청약조정대상지역은 양도세 중과에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인상 폭이 가파를 경우에는 매도를 하지 않고 버티던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연초 거래가 급증했던 것처럼 하반기 들어 '2차 매도'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보유세 개편과 동시에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인상)도 추진되고 있어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인상은 불가피해보인다"며 "양도세 중과 때문에 서울의 다주택자들은 주택 매도가 쉽지 않겠지만 양도세 중과 지역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 다주택자들이 주택 정리에 나서면서 가격이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도 부동산 시장으로선 악재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4%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5%대 진입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부장은 "금리가 오르면 대출 부담으로 인해 지난해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다주택자들과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올해 상반기 0.5%가량 상승한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이 하반기에 0.5% 하락하고, 올 한 해 집값이 작년 대비 0.1%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상 최근 2∼3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세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0.9% 내린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하반기에만 1.3% 하락해 연간 -2.2%의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04년 연간 3.3% 하락한 이후 14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건산연 허윤경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 수도권 새 아파트 준공 물량 증가 등이 맞물리며 주택시장이 상승에서 하락세로 가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서울 전셋값 하락세가 시차를 두고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일부 공급이 많은 지역에선 역전세난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보유세 인상 폭이 '찻잔속 태풍'에 그치고 금리 인상도 속도조절에 들어간다면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반대로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이 다시 꿈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미군기지 이전 등의 호재가 있는 용산이나 재개발 재료가 있는 강북 일부 등지는 현재와 같은 국지적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에도 청약시장은 계속해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하반기에는 재고주택보다는 신규 주택에 관심이 쏠릴 듯하다"며 "신혼희망타운이나 위례신도시, 과천지식정보타운,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에 실수요자는 물론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내집마련 내년 이후로 미뤄야…청약은 적극 노려볼 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규 주택 투자는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정부의 양도세·종부세 등 세제와 대출 등 모든 규제가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주택수를 늘리기 보다는 관망하라는 것이다.

함영진 랩장은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강하고 정부의 대출·세제 등 규제 의지도 강력해 지난해 유행한 갭투자에 따른 단기 시세차익은 기대할 수 없다"며 "신규로 집을 사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 시기도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출 것으로 권한다.

안명숙 부장은 "내년까지도 수도권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당장 집값 상승 요인이 없고 오히려 하락 가능성 크다"며 "내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도 투자를 한다면 재건축보다는 규제가 느슨한 강북의 재개발을 노려볼 만하다.

용산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가 강력한 재건축은 초과이익환수 등 시행으로 사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개발은 규제가 없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시중의 막대한 여유자금이 재개발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올해 들어 경매 물건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하반기와 내년 이후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수요자라면 시세보다 싼 주택을 경매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은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신규 분양 시장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인해 오히려 시세차익이 만들어지는 구조"라며 "신혼부부를 비롯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1순위 통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도 여유자금이 계속해서 몰릴 전망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주택 수를 늘리는 대신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을 매입해 임대수입을 얻으려는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상 등에 대비해 과도한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매입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은 변화한 환경에 맞춰 합리적인 '자산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인상에 대비해 자녀에게 주택을 사전 증여 하거나 8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양도세 중과 및 종부세 혜택을 받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