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경매 가격, 매각 시점 가격과 달라… 부동산 상승할 때가 '투자 타이밍'
경기 수원에 사는 L씨(41). 그는 여러 차례 소형 아파트 청약에 나섰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부족한 종잣돈 때문에 아파트 매수 시점까지 놓치고 있었다. 그래서 경매로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경매 매각가율(전국기준)은 아파트 83.33%, 다가구주택(원룸) 81.29%, 다세대(빌라) 74.09%다(출처 신한옥션SA). 법원 감정가가 매매시세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26% 정도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매 투자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에 맞게 매수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보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 경우에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가격이 떨어질 때 매수한다. 그리고 가격이 올라갈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수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부동산 매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는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때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반면 가격이 상승할 때는 묻지마 투자까지 기승을 부린다. 부동산도 하나의 상품이다.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 때, 즉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투자하는 것이 맞다. 가격이 올라갈 땐 처분해 자본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투자의 정석이다.

그러나 경매는 부동산 투자와 반대로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경매 물건은 가격이 상승할 때 매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매 물건은 가격이 정해지는 시점과 매각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세가 5억원 정도하는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진 경우를 보자. 법원은 현황조사를 통해 감정가(4억9000만원)를 정하게 된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이후에 매각기일이 정해진다. 이때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정도 떨어졌다면 매매시세는 4억원 정도가 된다. 경매로 사는 것보다 시장에서 매입하는 것이 싸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법원감정가 대비 10% 싸게 낙찰(4억5000만원)받아도 시세보다 비싸게 매수하는 셈이다. 반면 매각기일 시점에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정도 올랐다면, 감정가 100%인 4억9000만원에 낙찰받아도 1억원 정도의 자본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시점에 경매에 들어가야 자본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매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를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는 적극적으로 경매에 나서도 된다. 경매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세보다 싸게 매수해 자본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명심하자. 경매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의 가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