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 미래가치투자연구소 대표 "남북 해빙 섣부른 기대로 '묻지마 투자'는 위험"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은 이전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비교해 조금 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는 데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동산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북한 접경지역이 ‘절대 투자해선 안 되는 땅’이라는 게 불문율로 여겨졌다. 가격상승률도 다른 지역보다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대북 관계가 좋아지면 접경지역 토지가격이 올랐다가도 관계가 악화되면 곧바로 추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한정훈 미래가치투자연구소 대표 "남북 해빙 섣부른 기대로 '묻지마 투자'는 위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남북 정상회담 전후의 상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2000년 6월 파주 진동면과 장단면 땅값은 정상회담 전 3.3㎡당 3만~3만5000원대였지만 정상회담 이후 4만~6만원대로 올랐다.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마을 땅값도 3.3㎡당 3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2007년 10월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과열된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와 비업무용토지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규제로 토지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동면 전·답 가격은 3.3㎡당 10만원대로 올라 정상회담 이전 대비 1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판문점에서 열린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의 효과는 어디까지 갈까? 호재가 되는 곳은 경기 파주다. 땅값이 연초 대비 20% 상승했다. 매수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한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민간인통제선 내 농지와 문산읍 등 남북을 연결하는 육로 주변이다. 비핵화 기대로 인한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에 맞물려 파주가 양국을 잇는 중심도시로 변화할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투자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다른 접경지역도 강원 철원과 화천, 양구를 제외한 곳의 토지 거래량이 지난해 3월과 비교해 급증했다. 경의선 근방 땅은 ‘묻지마 투자’ 식의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추진되고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건설경기가 건국 이래 가장 큰 호재를 만나면서 부동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요 지역에 우리 민간자본이 들어가 개발하고 휴가와 여행, 쇼핑 등 국민의 생활권 범위도 한반도 전체로 확대되는 만큼 큰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과도한 기대에 들뜬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지역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가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접경지역 토지와 주택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파주 토지시장은 미개발지이기 때문에 개발 호재를 안고 가격이 탄력적으로 상승하지만 주택시장은 남북 관계보다 교통 호재가 집값 상승의 요인이라는 것이다.

파주 지역 아파트값은 2015년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전환했다. 2023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에 이유가 있다. 파주는 서울 접근성이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GTX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까지 20분대에 진입이 가능해진다. 남북 관계 해빙은 토지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주택시장은 GTX의 영향이 더 크게 미친다는 점은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