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도 속속 출시…부동산 고유위험·환매부담 유의

최근 몇년간 박스권에서 오가는 '박스피' 장세에 머문 국내증시와 국내부동산의 공급 과잉 탓에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해외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중개수수료만으로는 성장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된 증권사들은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해외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작년 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채권 금리가 급등해 '쓴맛'을 본 뒤부터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몸집을 불린 증권사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해외부동산펀드 규모는 5년 새 650%가량 폭증했다.

◇ 해외부동산펀드 5년새 6.5배 성장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해외부동산펀드 수는 300개, 순자산은 22조4천969억원이다.

2015년 말 194개, 13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불과 1년 2개월 사이에 55%, 70% 급증한 셈이다.

펀드 수가 65개, 순자산이 3조원이었던 2012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각각 3.6배, 6.5배나 급성장했다.

최근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 지역 랜드마크인 보다폰(Vodafone) 본사 빌딩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인수규모는 3천500억원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최근 1년간 해외 부동산, 호텔 대출 등 대체투자자산에 투자한 자금이 1조2천억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엔 미국 뉴욕 맨해튼 오피스(200 Liberty Street)에 NH금융그룹, 국내 주요 보험사와 함께 6천400억원을 투자했고, 뉴욕에 건설예정인 최신 가스화력발전소에도 2천188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본 소재 도이치텔레콤 오피스 빌딩(1천92억원), 미국 마이애미 메리어트 호텔 선순위 대출(1천146억원) 등에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지난해 다수의 해외 빌딩을 사들이며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들의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증권사는 부동산펀드 이외에도 부동산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작년 연간 및 4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부동산·임대업 목적 투자 송금액은 60억9천만달러로, 전년보다 29.2% 증가했다.

◇ 개인투자자도 해외부동산에 관심…공모펀드↑
부동산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모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었지만 최근 낮은 예금 금리와 지지부진한 주식 수익률 때문에 대체투자상품을 찾는 개인투자자들의 주목을 다시 끌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6일 호주 캔버라에 있는 호주 연방정부 교육부 청사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공모펀드'의 모집을 시작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오피스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부동산9-2'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주 캔버라에 있는 지하 3층∼지상 12층 규모의 '50 Marcus Clarke Street' 건물을 인수하기로 했다.

예상 인수대금 2천600억∼3천억원 가운데 1천500억원 안팎을 공모와 사모펀드로 조달할 방침이다.

하나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과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입주해있는 빌딩에 투자한다.

공모펀드 모집액은 2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동산 공모펀드 투자는 부동산 직접 투자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고유의 위험이 있는 데다 대부분이 폐쇄형이어서 환매가 쉽지 않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동산·특별자산펀드에 자금이 쏠리는 데 대해 글로벌 금리 인상이나 성장둔화 등에 따라 유동성이 큰 만큼 중점검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고, 해외 투자의 경우 환율과 투자지역의 경제여건 변동 등 대외적인 투자위험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태 선임연구원은 "특히 부동산 등 실물자산투자펀드는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높고 이자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커지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