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돌아온 외국계 투자자
여의도 IFC·강남 캐피탈타워 등 작년부터 대형빌딩 속속 사들여

다양한 선진 투자기법 선보여
리모델링 등 가치 올려 되팔거나 빌딩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기도
지난해 11월 역대 두 번째 매각 금액인 2조5000억원에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매입한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지난해 11월 역대 두 번째 매각 금액인 2조5000억원에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매입한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강남 캐피탈타워, 종로타워, 회현동 프라임타워, 서초동 강남메트로빌딩, 삼성동 삼성파이낸스빌딩.’

지난해 외국계 투자자가 국내외 자산운용사를 통해 매입한 서울의 대형 오피스빌딩(연면적 3300㎡ 이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을 떠난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에서 꾸준히 활동하던 싱가포르계에 이어 미국계와 유럽계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대형 오피스빌딩의 외국인 거래 비중이 50%를 넘었다. 이들은 우량 자산을 장기 보유하는 스타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빌딩의 가치를 올린 뒤 되팔거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등 다양한 선진 투자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오피스빌딩 쓸어담는 외국인] "한국 오피스 연 5%+α 수익률 가능"…미국·유럽 큰손 10년 만에 귀환

투자수익률·포트폴리오 다변화 겨냥

2일 오피스빌딩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계와 유럽계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미국)은 지난해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강남 캐피탈타워를 4700여억원에 매입했다. 블랙스톤이 한국에서 매입한 첫 번째 오피스빌딩이다. 서울 삼성동 삼성파이낸스빌딩, 회현동 프라임타워, 봉래동 HSBC빌딩을 매입한 페블스톤은 유럽 부동산 사모펀드 AEW와 싱가포르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센다스자산운용이 주요 투자자다.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안젤로고든은 지난해 삼성생명에서 서초동 메트로빌딩을 861억원에 사들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떠난 외국계 기관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2008~2011년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웰스파고 GE리얼에스테이트 론스타 데카(독일) 등이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철수했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모건스탠리도 한국 부동산 신규 투자를 잠정 중단했다. 공급이 늘면서 시세 차익을 얻기 힘들어지자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외국계 회사들이 신흥시장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저성장·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국계 투자자가 선진국 대비 투자수익률이 양호한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대표는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연 4.5~6%대로 미국·유럽 중심지역의 연 3%대에 비해 아직 높은 편”이라며 “금리 변동 리스크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외국계 투자자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크렉 JLL(존스랑라살르)코리아 대표도 “서울의 대형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도쿄 싱가포르에 비해 높고 베이징보다는 낮지만 경제성장과 투자환경이 안정적이어서 매력적”이라며 “글로벌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률이 높은 시장을 찾는 외국계 투자자에게 서울은 앞으로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서적 부활시켜 가치 높인 종로타워

외국계 기관투자가는 펀드 설정 기간 내내 보유하면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리모델링, 저층 점포 재구성, 임차인 구성 변화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단기간에 되파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서울역 옛 GS건설 사옥(현 메트로타워)에 투자한 미국계 사모펀드 안젤로고든이 대표적인 사례다. 매입 당시 텅 빈 상태였지만 안젤로고든이 인수 후 빌딩 내부를 개선해 현재 80% 가까이 임대를 완료했다. 안젤로고든은 가치를 높인 이 빌딩 재매각을 최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계 투자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이지스자산운용을 통해 매입한 종로타워도 내부 정비를 통해 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종로타워는 지난해 말 ‘종로서적’을 14년 만에 부활시켰다. 종로서적을 ‘앵커 스토어’(상가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데 중심 역할을 하는 핵심 점포) 삼아 건물 공실률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아예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안젤로고든은 지난해 4월 강남구 논현동 1만3161㎡ 부지를 마스턴자산운용을 통해 945억3000만원에 샀다. 중대형 아파트 200여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강남구청에 공립어린이집, 체육·문화시설, 북카페 등을 짓겠다는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주민제안을 했다.

임채욱 젠스타 전무는 “국내 기관투자가는 현재의 건물 상태를 놓고 수익성을 판단하지만 외국계 투자자는 빌딩 가치를 끌어올릴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 수익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보는 관점이 다르다”며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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