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금으로 부동산 투자 나서는 전직 건설맨들
대형 건설업체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명예퇴직해 회사를 떠난 전직 건설맨들이 최근 명예퇴직 위로금 등을 활용해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한 P사 명예퇴직자 A씨는 지난달 서울 노원구의 한 소형 아파트를 샀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고 전세 수요도 많은 곳이라 전세보증금을 끼고 이른바 ‘갭 투자’를 했다. 그는 “매달 임대료가 나오는 지방의 작은 공장도 둘러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P사의 B씨도 위로금으로 받은 목돈을 임대수익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씨는 “기존 대출을 갚을까, 예금이나 금융상품에 넣을까 고민하다가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작은 아파트를 매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역시 구조조정을 한 S건설사 전 직원 C씨도 희망퇴직 위로금과 예·적금, 대출을 합쳐 상가 점포를 알아보고 있다. 안정적인 월세 수익이 가능한 물건을 찾고 있다. B씨는 “어차피 구직할 예정이라 당장 이 돈을 쓸데도 없다”며 “현금을 들고 있는 것보다 부동산에 묻어 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직 건설맨들이 현금 보유 대신 부동산 투자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창업이나 금융투자보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오히려 안전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대부분 건설업체에 오래 근무해 다른 직장인보다 부동산시장을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다. 부동산 투자를 검토 중인 전직 건설맨은 대체로 부부가 맞벌이를 하거나 미혼 또는 자녀가 이미 학업을 마친 경우 등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건설·부동산업계에 몸담으면서 아파트 및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 등락 추이, 부동산 투자 성공 및 실패 사례, 창업 실패담 등을 직·간접으로 경험했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부동산 투자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