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설립하고도 법에 정해진 기간 안에 다음 사업 단계로 나아가지 못해 사업이 자동 취소됐던 사업장들이 최대 2년까지 일몰제 적용 기한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추진위가 설립된 뒤 2년 안에 조합 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조합 구성 뒤 3년 안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사업이 자동 종료됐다.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대한 일몰제 연장 방안을 담은 ‘정비사업 일몰기한 연장에 관한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해 지난 22일 시내 25개 자치구에 통보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고 25일 발표했다.

그동안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는 정비사업 일몰제가 예외 없이 적용돼 왔다. ‘주거 및 도시환경 정비법’에 따라 추진위 설립 이후 2년 안에 조합 설립을 신청하지 않거나 조합이 들어선 지 3년 안에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비구역에서 풀렸다.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시는 그러나 정비사업 일몰제를 유지하되 주민들이 기한 연장을 원하거나 해당 자치구가 계획적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최대 2년간 일몰제 적용을 유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추진위나 조합이 일몰제 만료 전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30%의 동의를 얻어 해당 구청에 제출하면 구는 주민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한 뒤 시에 일몰 기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구청장이 해당 구역의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공람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시에 연장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의 요청을 받은 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일몰 기한 연장을 통해 사업 정상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2년 동안 일몰제 적용을 늦출 수 있다. 일몰제 기한을 넘겨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구역이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서울시와 은평구에 일몰제 연장을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이 일몰제 적용 기한이던 증산4구역은 지난 6월 토지 등 소유자 30%의 동의를 받아 은평구에 일몰제 연장을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확고하고 일몰제 연장을 통해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구역 위주로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