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래부동산 세미나 "가수요 위주 시장, 오래 버티기 힘들 것"
[일산=이소은 기자] "경제적 기초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최성헌 부동산 114 컨설팅 팀장)

공급 과잉, 가수요 리스크,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변수가 향후 부동산 시장에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0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7 미래 부동산 투자 전략 세미나'에서다. 부동산114와 미래에셋생명이 공동 진행한 이번 세미나는 '2017년 부동산 시장 전망'과 '2017년 부동산 투자전략'이라는 테마로 진행됐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 수요 위주가 아닌 가수요 중심으로 형성돼있어 위험성이 크다는 게 골자다. 몇가지 근거를 들어 시장 상황을 분석적으로 진단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과 경기지수는 2000년 이후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최근 들어 경기지수와 상관없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 수요가 아파트로 몰려들었다는 분석이다.

경제성장률 흐름에 따라 움직이던 가계부채 증감 형태도 2014년 3분기부터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급증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가계 부채는 약 80조원에서 130조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통계청 자료에 근거한 가계 소득 증가율은 둔화하는 추세다. 전년 말 대비 증가율은 2014년 3.1%에서 2015년 1.6%, 2016년 6월 기준 0.5%로 하향세다. 경제 상황에 상관 없이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고 있으며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대출을 끌어다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팀장은 "경제가 좋아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인 것이 아니라 가계 대출을 활용해서 주택 시장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라며 "상식적으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 수요 보다는 가수요 위주로 형성된 점도 위험성을 높이는 변수 중 하나다. 2014년에는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분양권 거래량보다 4.1배 많았으나 2015년 3.9배, 2016년 2.2배로 줄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보다 분양권 거래 증가폭이 더 커지면서 분양권 시장이 과열된 상황인 것.

분양권은 실수요가 아닌 투자수요 위주로 거래되는 만큼 선순환 구조를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가수요가 분양권을 팔고 빠졌을 때 이를 받쳐줄 만한 수요가 있겠냐는 반문도 나왔다.

이미 여러차례 언급된 바 있는 공급 과잉 문제도 지적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2016년 아파트 분양 물량은 100만4000호로 서울 아파트 재고 대비 2/3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2018년까지 입주 물량은 77만6000호로 서울 아파트 재고의 절반 정도다. 아직 입주 단계에 진입하지 않아 체감이 안되는 것일 뿐 공급 과잉은 이미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114와 통계청,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집단대출·주택담보대출 이자 비용은 2010년의 6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주택 시장은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 하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가 지금까지 비슷하게 움직여온 상황에서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온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정부가 최근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강력한 대책이 나와 과열된 재건축 시장을 일부 진정 시켰다"면서도 "강화된 규제가 매매 시장이나 이미 분양한 단지의 분양권 시장은 두고 일반분양에만 국한돼있어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