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다가 이를 포기한 정비사업 해제구역은 8일 현재 325곳이다.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해 시가 직권해제 절차에 들어간 46곳까지 더하면 371곳에 이른다. 서울 전체 뉴타운·재개발구역 683곳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해제구역 대부분은 건설사들이 재개발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시공사로 나서지 않아 사업이 무산된 곳들이다. 이들 구역에선 앞으로도 대규모 재개발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소규모 리모델링을 통해 집주인들이 각자 집을 고쳐 짓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해제지역에 대한 ‘연면적 30% 상향’ 정책도 이 같은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관련 정책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뉴타운·재개발 ABC 관리방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 주체가 있는 사업장을 분석해 A(정상 추진), B(정체), C(추진 곤란)로 나눴다. A등급 구역은 조합·추진위원회 운영비 공공융자 한도를 늘려 사업 추진을 돕는다.

사업을 둘러싼 주민 사이의 찬반 갈등이나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등으로 사업이 정체된 B등급 구역에는 시가 변호사, 감정평가사, 건축설계사로 구성된 갈등조정자(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사업 정상화를 지원한다.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C등급 구역은 주민 동의를 받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되 불가피한 경우 서울시 직권으로 정비구역에서 풀기로 했다.

서울시는 해제구역을 포함한 저층 주거지 전반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4층 이하 주택이 밀집한 시내 저층 주거지의 노후화를 막고 주거지 재생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시내 저층 주거지 면적은 111㎢로, 서울 전체 주거지(약 313㎢) 면적의 3분의 1을 넘는다. 전체 저층 주택 46만104가구 가운데 72%(33만2731가구)가 준공 20년을 넘어 노후화 단계에 진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