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6만가구…작년말부터 '찬바람', 20개월만에 배 늘어
정부, 아파트 공급물량 조절…전국 24곳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청약 광풍이 불고 있지만 중소도시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 된서리를 맞은 듯 꽁꽁 얼어붙었다.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과 같은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 충북 진천에서 270가구의 아파트 분양에 나선 한 건설업체는 1순위에서 청약자 '0명'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2순위에서도 청약자가 1명에 그쳤다.

지난 4월 제천에서 740가구 분양에 나섰던 또 다른 건설업체도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충북에서 올해 '청약 제로'에 가까운 참담한 청약 성적이 나온 아파트가 속출했다.

올해 초부터 공급 과잉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긴 했지만, 건설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자가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상황과 완전히 대비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6월 호미지구에서 분양한 우미린아파트가 청주에서 사상 최고 경쟁률인 36.1대 1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웬만한 아파트는 20대 1을 넘는 청약 광풍이 불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만 하면 '대박'을 터트리며 호황을 누렸다.

올들어서 상황이 급변했다.

청약이 부진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충북 도내 미분양 아파트는 2014년 말 931가구에 불과했고 지난해 8월에도 1천242가구에 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6월에는 5천가구에 육박했다.

2개월간 미분양 물량이 다소 줄어 지난 8월 말 현재 4천81가구로 집계됐지만, 1년 새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3배가 넘게 늘었다.

늘어난 가구 수가 2천839가구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8월 말 현재 6만2천562가구로 집계됐다.

2014년 말 4만379가구였던 것을 고려하면 20개월 만에 2만2천여 가구가 미분양 된 것이다.

미분양은 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중소도시로 갈수록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이 기간에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12월 2만56가구에서 지난해 말 3만875가구로 증가하더니 8월 말 현재 4만1천206가구로 늘었다.

수도권은 1천542가구(1만9천814→2만1천356가구) 증가하는 데 그쳐 지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분양 증가율이 낮았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의 급증은 지난해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낸 데다 경기 침체,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 대출 심사 강화 등이 겹치면서 '거품'이 사라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 건설업체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이어져 미분양 아파트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달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청주, 제천, 광주 북구, 경북 영천, 경남 김해 등 24곳을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했다.

미분양 관리지역이 되면 분양 보증 예비심사를 받게 돼 주택사업 승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분양 물량을 규제, 아파트 미분양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약 열풍이 일었으나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은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얼어붙은 분양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쌓인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기 전까지 아파트 분양시장이 당분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b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