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1년…임대료 올려 권리금 회수 훼방 건물주들 관행에 '제동'
지난해 5월 도입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이 빼앗길 뻔한 권리금을 지킨 사례가 나왔다. 법원이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새 임차인이 들어오기 힘들게 한 것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막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권리금 회수 방해 여부를 둘러싼 다툼에서 아직까지는 임대인이 승소하는 사례가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권리금 8900만원 지킨 사례 등장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건물주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명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약사인 임차인 B씨는 2008년부터 대구 동구의 한 상가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을 내고 약국으로 사용해 왔다. 2014년 이 상가를 매입한 또 다른 약사인 A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2015년 7월 말)에 약국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B씨는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새로운 임차인이 되려는 C씨를 구해 권리금 1억원의 계약서를 체결했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법 조항을 활용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1년…임대료 올려 권리금 회수 훼방 건물주들 관행에 '제동'
건물주 A씨는 새로운 임차인이 되려는 C씨에게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30만원을 요구했다. 월세를 32%나 올려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건물분 부가가치세까지 C씨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새 임차인 C씨는 “월세가 너무 비싸다”며 계약을 포기했다. 계약이 파기된 기존 임차인 B씨는 건물주 A씨에게 상가를 비워주는 대신 권리금 1억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건물주는 건물 명도소송을, B씨는 손해배상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재판부는 “약사인 A씨가 직접 약국을 운영하려는 의도에서 새로운 임차인이 되려는 C씨에게 고액의 차임(借賃·물건을 빌려 사용한 것에 대한 대가)을 요구하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각종 서류의 제출을 요구해 B씨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A씨는 B씨에게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상임법상 손해배상금액은 계약서상 권리금 금액과 감정평가 금액 중 낮은 금액이다. 감정평가사는 이 건물의 권리금을 8987만원으로 감정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 사무소 변호사는 “대구·경북권에서는 처음 나온 권리금 보호 판결”이라며 “건물주의 행위를 ‘현저한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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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승소 사례가 더 많아

권리금 분쟁 소송에서 임대인이 승소하는 사례는 여러 건 등장했다.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허위로 권리금 계약서를 체결하는 편법을 동원하다 제지 당한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회수 방해를 인정한 사례와 달리 권리금 감정절차 등이 필요 없어 상대적으로 신속한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4월 건물주 A씨를 상대로 임차인 B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임차인 B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일(지난해 8월30일)을 앞두고 지난해 8월21일 새로운 임차인이 되려는 C씨와 6억원에 달하는 권리금 계약서를 체결했다. 건물주 A씨가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자 이를 내세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권리금 계약서가 임대차 계약 만료 후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 초기에 권리금 계약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은 점, 새로운 임차인이 되려는 C씨가 보증금과 차임을 낼 능력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 계약 만료 직전 달까지 새로운 임차인을 들여 권리금을 회수하겠다는 논의를 건물주와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변호사는 “권리금을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친구나 친인척을 동원해 허위로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많다”며 “진짜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