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1개구 아파트 9월에만 2천만원 넘게 상승
일부 단지는 1억씩↑…당국 가계부채 대책 약발 통할까


재건축 열풍에 힘입어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이 처음으로 7억원을 돌파했다.

9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강남 11개구의 9월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7억1천684만원으로 전월인 8월(6억9천631억원)보다 2천53억원 올랐다.

이로써 한강 이남 지역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래 처음으로 7억원을 넘었다.

중위가격은 중앙가격이라고도 하며 아파트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강남 11개 구는 강남·서초·송파·양천·강동·영등포·동작·강서·관악·구로·금천구다.

올해 2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걸 제외하고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매월 100만~1천300만원 상승했다.

특히 8~9월에만 3천400만원이 뛰었다.

이는 2월부터 9월까지 전체 상승분(5천649만원)의 60.2%에 달하는 금액이다.

재건축 아파트가 급등하면서 인근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개포주공(강남)을 비롯해 잠실주공(송파), 둔촌주공(강동) 등 재건축 호재가 있는 강남구와 강동구, 송파구, 서초구 아파트 주변이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실제 재건축이 임박한 개포주공 1단지 50.38㎡ 중간층의 경우 8월 11억원에서 9월 12억원으로 최대 1억원가량 올라 거래가 이뤄졌다.

강동구 둔촌주공 1단지 58.08㎡의 경우에는 20여 일 만에 2천100만원이 올랐고,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76.5㎡ 물건도 한 달 만에 2천200만원 상승했다.

강남지역의 주택담보대출도 올해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강남·서초·강동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연말대비 1조3천억원 증가했다.

강남구가 6천억, 서초구 2천억, 강동구 5천억원이 늘었다.

이는 올 상반기 서울 전체 증가액(1조2천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노원구(-2천억원), 마포구(-2천억원) 등 강북지역 대출잔액이 줄어든 점을 고려할 때 이들 3개구(강남·서초·강동)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파트값 상승세에 힘입어 단독과 연립을 포괄하는 강남지역 중위 주택 매매가격도 지난달 처음으로 6억원을 넘었다.

강남 11개 구의 중위 주택가격은 6억119만원이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래 6억원 돌파는 처음이다.

강남지역의 중위 주택가격은 9월에만 1천329만원이 올랐다.

올해 들어 월별 상승액으로는 최고다.

이런 집값 급등세는 10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택공급 조절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집값은 오르는 추세다.

여기에 10월은 본격적인 이사철이다.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2주간 매주 0.3% 이상 상승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공급조절, 투자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특히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수요 증가가 집값 고공행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거나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올라가지 않는 이상 한번 불붙은 투자 심리가 꺼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 상승이 폭발적인 대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가 강화하고, 은행들도 급속하게 자산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총량을 조절할 공산이 크다"며 "이사철 영향으로 이달 주택담보대출은 늘겠지만 증가세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