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가구 국민임대 편법운영에 부산시 '나 몰라라'…"정책 실패 사례"

부산시가 낙후된 도심 재개발지역 주민의 임시 거처를 마련할 목적으로 3년 전 조성한 순환형 임대아파트의 입주율이 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순환형 임대아파트 건설에 100억원을 지원한 부산시는 아파트 대다수가 재개발 주민이 아닌 일반 국민임대 신청자로 채워져 있는데도 문제 제기는커녕 현황 파악조차 못 해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2013년 5월 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풀리페 아파트'를 완공했다.

총 782가구 중 663가구는 국민임대주택, 나머지 119가구는 순환형 임대주택이었다.

부산시는 총 공사비 932억원 중 순환형 임대주택 조성 목적으로 부산도시공사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순환형 임대주택 입주율은 5%(6가구)에 불과하다.

2013년 첫 입주 때 6명이 신청한 이후에는 순환형 임대주택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주변 원룸보다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데도 국민임대주택은 신청자가 몰리는 반면 순환형 임대주택은 대부분 공실로 남았다.

이는 개인이 아닌 재개발 조합이 신청해야 임대받을 수 있는 까다로운 자격 요건과 함께 원주민의 재개발 사업 후 재정착률이 낮아 굳이 순환형 임대주택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몇 개월간 100가구 이상이 비어있자 부산도시공사는 순환형 119가구를 국민임대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지만, 부산시는 순환형 임대주택 조성에 지원한 100억원의 공사비 반납 없이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며 거부했다.

이후 부산도시공사는 은근슬쩍 순환형 임대주택 100여 가구에 국민임대 신청자를 입주시키는 편법 운영을 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순환형 임대주택을 마냥 비워놓을 수 없어 부산시와 협의해 입주요건을 국민임대로 완화했다"고 해명했다.

애초 공사비 반납 없이는 순환형 임대주택의 국민임대 전환은 힘들다고 한 부산시는 부산도시공사의 편법을 묵인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담당자가 많이 바뀌고 업무 인수인계를 여러 번 거치면서 부산도시공사와 협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순환형 임대아파트의 낮은 입주율은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인한 부산시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라는 목소리가 높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재개발구역 주민의 주거불안을 해소한다는 순환형 임대주택 조성 취지는 좋았지만, 부산시가 재개발구역 원주민의 낮은 재정착률을 도외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주민 상당수가 재개발 조합의 높은 분담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못해 현금 청산과 함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재개발지역 주민의 재정착률은 10∼20%에 그치는데 사업 전 수요 예측 조사를 하거나 아니면 순환형 임대주택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부산시가 100억원을 들여 국민임대주택을 늘리는 데 기여한 셈이 됐지만, 뒷맛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