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금의 해외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국내에 설정된 해외 부동산 유형 공·사모 해외투자펀드 잔액은 16조8458억원으로, 작년 말(11조2779억원)보다 5조5679억원(49.4%) 급증했다.

펀드 수는 같은 기간 189개에서 242개로 늘었다.

부동산 해외투자펀드가 처음 설정된 2006년 말 설정잔액(2333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7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지난달 말 설정잔액의 98%가 넘는 16조5605억원은 기관투자가와 법인 등 소위 '큰손'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 돈이다.

국내 법인 가운데는 미래에셋그룹이 해외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래에셋은 2006년 상하이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지난해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특급호텔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호텔을 사들이는 등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도 미국 페덱스물류센터, 독일 쾰른오피스빌딩,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미국 하와이 오아후의 또 다른 랜드마크 호텔, 시애틀 아마존 본사 일부, 텍사스주 댈러스의 스테이트팜 오피스 빌딩 4개동 등 벌써 6건의 해외부동산을 사들였다.

댈러스 빌딩까지 포함하면 미래에셋의 해외부동산 누적 투자금액은 매입가격 기준 6조5000억원을 넘는다.

올해 들어서만 3조5000억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처럼 국내 큰손들의 해외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는 원인은 국내 경기 상황을 웅변하는 저금리·저성장 기조의 장기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이나 채권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어느 정도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체투자로 눈을 돌린 결과다.

특히 국내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기업들의 오피스 임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국내 부동산보다는 해외부동산 쪽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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