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동산시장이 유례없이 긴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조선·해운 등 부산지역 주력 산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부산 아파트는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앞세워 한껏 달아오른 서울 아파트값보다 더 많이 뛰었다. 부산 아파트값 급등세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5일 기준) 0.15%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7월 중순부터 8주 연속 상승률 1위다.

2011년부터 시작된 분양시장 호황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일반분양 물량, 과도하지 않은 입주 물량, 저금리에 따른 투자 수요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뜨거운 부산 부동산시장] '전문가도 예상 못한' 부산 주택 호황…상승률, 서울 제치고 1위
부산 아파트값 사상 최고 행진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1~8월) 부산 아파트값은 1.48% 올랐다. 전국 1위(도서지역 제외)다. 서울 상승률(1.43%)보다 높다. 부산 아파트값은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수도권에 앞서 한 차례 크게 오른 상태에서 수도권 집값이 뛰자 또다시 같이 오르기 시작해서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값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크게 뛰었다. 2008년 말 67 수준이던 부산 아파트값지수(2015년 6월 100 기준)는 2011년 말 100.7을 기록했다. 지수 기준으로 50%나 올랐다. 당시 서울·수도권 시장이 추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2년과 2013년 소폭 조정을 보인 아파트값은 2014년부터 또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지난달 말(지수 104)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수도권이 오르자 같이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대전 대구 등 다른 광역시는 대부분 크게 오른 뒤 조정 국면에 들어갔는데 부산만 또다시 오르고 있다”며 “올 들어 부산이 서울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기 주거지역인 해운대구 등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2013년 입주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자이 전용면적 84㎡는 최근 역대 최고가인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올초에 비해 5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최상헌 대림산업 마케팅팀장은 “‘신규 아파트 분양 호황이 곧 끝날 것’이란 전망이 3년째 빗나가고 있다”며 “분양업무를 10년 이상 한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긴 호황”이라고 말했다.

안정된 수급이 최대 호재

광역시 중에서 부산만 유독 호황을 누리는 것은 다른 지방 대도시와 달리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부산의 한 해 적정 입주 물량은 1만7000가구 정도다. 그러나 올해 입주 물량은 1만2000가구밖에 안 된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2017년과 2018년 입주물량도 각각 2만가구 수준으로 많지 않다. 적정 입주 물량을 초과한 대구 등 다른 지방 대도시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경남·울산 전문위원은 “구릉지여서 집 지을 터가 많지 않은 데다 주변에 대규모 신도시가 많지 않다”며 “전셋값 급등세가 기존 재고주택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재재발·재건축이 활발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는 최근 7000만~8000만원 올랐다. 부산 광안리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통적인 부촌이다.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되는 일반분양 물량은 투자 수요를 불러모으고 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건설사들이 부산 부동산 경기가 꺾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낮추고 있다”며 “재개발 분양권에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면 주변 기존 주택이 뒤따라 오르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근/설지연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