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통장 96명 공석, 경쟁 치열한 '농촌 이장'과 대조

대도시 자치단체가 '행정의 말초신경'이라고 불리는 통장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이장을 맡기 위해 복수의 지망자가 나서 선거까지 치르고 일부에서는 과열 경쟁까지 빚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 통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은 52개 통 가운데 8개 통의 통장이 공석이다.

2014년 이후 3년째 통장이 없는 곳도 곳도 있다.

인근 정자1동은 34개통 가운데 7곳, 정자2동은 36개통 가운데 9곳에 통장이 없다.

아파트단지나 오피스텔 통로마다 공지문을 붙이고 동네에 공모 플래카드까지 내걸었으나 응모자가 없다.

통장 구인난이 심각한 곳은 주로 고급 주택단지나 오피스텔이 몰려있는 지역이다.

고급 빌라단지는 주민 경제력이 높은 데다 통장들이 쉽게 방문할 수 없다.

거주 기간이 대부분 1∼2년으로 짧고 독신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역시 통장을 구하기가 힘들다.

통장을 맡아도 입주민을 쉽게 만날 수 없다.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에서는 통장 적임자가 나오지 않아 관리사무소 직원이 일과 중에 통장 업무를 대행하는 곳도 있다.

경제력이 낮은 임대 아파트단지에서도 구인난은 심각하다.

분당구 한 영구임대 아파트단지에서는 6개 통장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다.

기초수급자 가정의 경우 통장 기본수당(월 20만원)을 받게 되면 생계 급여 지급액이 줄어드는 데다가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지난 5월 기준으로 파악한 통장 위촉 현황을 보면 통장 정원 1천340명 가운데 96명(7.2%)이 공석이다.

이 중 분당구의 경우 정원 702명 중 48명이 비어 있다.

시 전체 통장 공석의 절반이 분당구에 몰려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동 주민센터 공무원이 시정 우편물을 전달하고 민방위 통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 광주·하남은 '선거'…농촌 지역은 '경쟁 치열'
도시지역이라고 해서 반드시 구인난을 겪는 것은 아니다.

미사강변도시가 조성돼 아파트 입주가 한창인 하남시 미사2동의 경우 지난 4월 통장 7명을 위촉하는 면접에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31명이 신청해 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하남시 관계자는 "신도시의 경우 새 보금자리에 애정을 갖고 입주자 권리를 대표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보려는 의욕을 가진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인근 도농복합 지역인 광주시와 양평군도 성남시와 다르다.

광주시는 253명 통·이장 정원을 모두 채웠다.

게다가 종전에 마을개발위원회가 추천하면 읍·면·동장이 임명하던 방식을 올해 2월부터 주민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통·리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추천 방식에서 경쟁 체제로 전환했다"며 "행정 최일선에서 민의를 반영하는 주민 대표인 만큼 소수 인원 중에서 추천받는 것보다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이장 자리를 놓고 과열 경쟁을 빚기도 한다.

양평군 한 마을 경우 지난해 말 이장 연임을 놓고 다툼 끝에 3명 후보가 치열한 선거전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 '행정의 말초신경'…연령 제한 폐지 등 개선 방안 필요
지방자치법과 조례에 근거해 통·이장은 해당 지역 대표자로서 행정시책 홍보, 주민 요망사항을 파악·보고, 주민 거주이동상황 파악, 주민등록 거주 사실 확인, 지역주민 화합 단결 및 복지 증진, 비상연락 훈련, 전시(戰時) 홍보 및 계도, 전시 자원 동원과 생필품 배급 등의 직무를 수행한다.

그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기본수당(월 20만원), 상여금(설·추석 각 20만원), 회의 수당(2만원)을 받고 지자체별 조례와 예산 범위에서 고등학생 자녀 장학금(분기별 약 41만원), 상해보험 가입 등의 혜택을 준다.

이런 지원책에도 통장 구인난을 겪는 성남시 한 관계자는 "주거지 특성과 더불어, 개인주의적 주거 성향이 확산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려는 분들이 줄고 있다"며 고령화 시대에 맞춰 통장 자격 연령 제한(30∼65세)을 풀고 자원봉사 인력 인프라를 구축해 재능나눔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