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보증 '3억의 굴레' 현실되나…분양시장 초비상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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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지방은 물론이고 수도권 분양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수도권, 지난달엔 지방에서 기존 주택 담보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 시행에 들어갔지만 새 분양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집단) 대출은 규제 대상에서 뺐다. 분양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서울 강남 재건축과 수도권 일부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국토교통부 등 관할 부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1인당 2건 이하, 보증금액 3억원 이하’로 제한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신규 아파트도 자금줄 죄나

중도금 대출 보증 '3억의 굴레' 현실되나…분양시장 초비상
HUG가 분양 중도금 보증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은 주택 공급 과잉 논란이 대두된 작년 말부터 거론된 사안이다. 아파트 분양 때 금융회사는 아파트를 분양받는 개인의 상환 능력보다는 단지의 사업성, 시행사와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등을 따져 분양가의 50~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을 대출한다. 이때 공기업인 HUG가 은행에 보증을 서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받은 개인의 신용에 관계없이 대출금 회수를 보장받는다.

그동안 주택금융공사는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1인당 2건 이하, 보증 총액 3억원 이하’ 범위 안에서 중도금 보증을 했다. 그러나 2012년 중반부터 관련 보증 상품을 취급한 HUG는 1인당 건수나 횟수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HUG의 중도금 보증실적이 16조450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규제가 시작되면) 서울은 대부분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5억원을 넘겨 중도금 보증한도(3억원)에 걸린다”며 “HUG가 서울에서 중도금 보증을 제공하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엇갈리는 시각

국토부는 공식적으론 일단 중도금 집단 대출 규제가 부동산시장 거래 질서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HUG의 보증을 발판으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일부 투기 수요가 인기 지역의 분양권에 몰리면서 국지적인 이상 과열과 불법 행위가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투기 수요, 분양권 거래 과열을 잠재우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경제부처 시각에서 보는 것과 달리 (부동산) 경기 흐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어렵게 살아난 부동산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 걸린 건설·주택업계

부동산업계에선 대출 규제 반대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 일부 수도권 신도시의 분양권 거래 과열 현상 등을 전체 부동산시장 분위기로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중도금 대출 보증심사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 검토 등은 부동산시장을 인위적으로 다시 옥죄겠다는 것과 같다”며 “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가 많은 지방 청약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홍록희 대림산업 마케팅담당 상무는 “투자 수요 이탈로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초기 투자금이 적은 게 장점이던 신규 분양주택까지 대출 규제를 받으면 주택시장 전반적으로 구매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분양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 대상을 서울 강남권이나 수도권 택지지구 등으로 세분화한다든지, 9억원 이상 주택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분양 중인 사업장은 중도금 대출에 대한 안내가 끝났기 때문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상열 대우건설 분양팀장은 “이미 대구 등 지방 분양시장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가 유예기간 없이 시행되면 분양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문혜정/이해성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