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투기세력 혼재…지방세수 2009년보다 4.6배↑
토지보상비 증가로 공공사업 차질 부작용 속출

제주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토지 관련 국세·지방세 등의 부담기준이 되는 개별공시지가를 공시한 결과 제주의 개별공시지가가 작년과 견줘 28%가량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고인 이 상승률은 12.46%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2.2배 수준이다.

제주도로서는 역대 최고 상승폭이다.

땅값이 오르면서 지방세인 취득세 징수액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토지주의 세 부담이 증가하고 각종 공공사업 계획도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 개별공시지가 상승률 전국 최고 '제주'
제주도 53만여 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27.77%다.

제주시(공시대상 31만여 필지)와 서귀포시(〃 22만여 필지)의 땅값은 지난해와 견줘 각각 평균 28.5%, 25.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시의 읍면지역은 전반적으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우도면(76.6%), 한경면(42.2%), 애월읍(36.6%), 구좌읍(35.6%) 순으로 땅값이 크게 올랐다.

동지역은 노형동(43.6%), 연동(39.3%), 이호동(35.3%) 등이 높은 땅값 상승률을 보였지만 원도심 지역인 이도일동(4.2%), 삼도이동(4.1%), 용담일동(2.2%) 등은 상대적으로 소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용도지역별 지가상승률을 보면 녹지지역 35.6%, 관리지역 34.2%, 주거지역 26.0%, 상업지역 23.4%, 공업지역 18.0%, 농림지역 14.0%, 자연환경보전지역 10.5% 순이다.

서귀포시에서는 제2공항 예정지역으로 선정된 성산읍 지역이 35.5%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다음으로 인근지역인 표선면이 35.3%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성산읍 온평리는 57.9%의 상승률을 기록, 전체적인 땅값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귀포시 땅값 상승률 상위 7개 지역을 보면 온평리 57.9%, 토산리 52.6%, 가시리 49.9%, 시흥리 40.8%, 난산리 38.5%, 세화리 38.5% 등이다.

용도지역별로 보면 관리지역이 29.2%, 주거지역이 23.6, 녹지지역이 21.8% 상승했다.

땅값이 오르면서 동시에 집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서민들 사이에는 내 집 마련 꿈이 점차 멀어지는 '부의 양극화' 현상을 빗대어 '집값이 미쳤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이처럼 땅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제주가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급부상함에 따라 이주해오는 인구가 늘어나는 등 실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된 저금리 시대에 토지나 주택과 같은 부동산이 가장 인기 있는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땅을 산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세력이 전국에서 가세한 것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순유입 인구(전입자 - 전출자)는 2010년 437명, 2011년 2천343명, 2012년 4천876명, 2013년 7천823명, 2014년 1만1천112명, 2015년 1만4천257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제주의 인구는 지난해 6월 63만명을 넘어선 뒤 불과 반년 만에 12월 31일 기준 64만1천355명을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3% 이상의 인구증가율이라면 올해 말 제주인구는 66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강철순 서귀포시 종합민원실장은 "국내외 관광객과 유입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세에다 제2공항 예정지 주변 지역 등 대단위 사업지구 개발행위 등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토지가격의 상승세를 견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방세 늘지만 공공사업 차질 등 부작용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증가하면서 지방세인 취득세 징수액이 늘어나는 반면 토지주의 세부담이 급증하고 각종 공공사업도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부동산(토지·건축물·주택) 부문 취득세로 총 3천402억원을 징수했다.

이는 전년도 부동산 취득세 징수액 2천217억5천만원과 견줘 53.4%나 증가한 것이다.

도의 부동산 취득세 징수액은 2009년 741억5천만원이었으나 이후 2010년 939억1천만원, 2011년 1천153억원, 2012년 1천404억9천만원, 2013년 1천744억8천만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매년 21∼27%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난해 취득세 징수액은 6년 전인 2009년보다 4.6배나 증가했다.

지방세는 취득세, 지방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 11개 세목으로 구성되는데 제주의 경우 취득세의 비율이 전체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취득세 중 부동산 부분이 78%에 달한다.

부동산 취득세 수입이 전체 지방세 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개별공시지가 상승으로 지방세 징수액이 늘어나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땅주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작년보다 27.77% 오른 제주의 땅 주인들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합한 보유세도 작년과 견줘 30% 가까이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종합합산과세 토지(170.0㎡)는 공시지가가 1천212만1천원에서 1천548만7천원으로 27.77% 뛰면서 땅 주인이 내야 할 재산세도 1만7천원에서 2만2천원으로 29.41% 증가한다.

종합합산과세 대상인 토지는 나대지처럼 별도의 건물을 짓지 않고 놀리는 땅 등이며, 공시가격이 5억원을 넘어야 국세인 종부세가 부과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각종 공공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공항 주변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공항 우회도로 건설에 따른 토지보상비는 애초 145억원에서 280억원으로 두 배로 껑충 뛰었다.

제주시는 내년부터 19개 동 지역의 배기량 1천600㏄ 이상 중형자동차 등에 대한 차고지증명제를 확대시행할 예정이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필요한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도 인접 지역에 다목적 복합시설 부지를 확보하려 했지만 토지가격이 상승하면서 매입 협상을 중단하고 센터와 떨어진 지역의 부지 매입을 모색하고 있다.

채종우 제주도 세정담당 주무관은 "지난해에는 부동산 거래 건수도 많았지만 투기 세력 등의 영향으로 건당 거래가도 높아 취득세 징수액이 크게 늘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과열됐던 부동산 경기가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돼 올 취득세 징수액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b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