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자용 택지 분양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에서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만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택지와 삼성 고덕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경기 평택시 고덕 국제화도시 전경. 한경DB
이주자용 택지 분양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에서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만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택지와 삼성 고덕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경기 평택시 고덕 국제화도시 전경. 한경DB
경기 안성시에 사는 권모씨(46)는 지난해 6월 경기 평택시의 한 중개업자에게 소개받아 고덕신도시 미군기지 이주자 택지 분양권을 2억6000만원에 샀다. 국방부는 미군기지 예정 부지에 살던 원주민들에게 토지 수용 협의를 빨리 한 순서대로 196번까지 번호를 매겨 이주자용 택지 매입 권리를 부여했다. 권씨가 사들인 분양권은 이 중 하나였다.

평택에 나도는 '이주자택지 물딱지' 주의보
그러다 지난 4월 택지 조성 사업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필지 지정 절차를 밟던 중 권씨가 산 번호의 분양권 서류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권은 다른 두 명에게도 동시에 팔린 ‘물딱지’였다.

경기 고덕·위례·다산·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에서 원주민에게 주어지는 이주자용 택지 분양권(일명 딱지)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이주자용 택지권은 정부가 택지지구 등을 개발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해당 지역에 거주한 원주민들에게 주는 새 택지 구입 권리를 말한다. 보통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이나 점포주택을 지을 수 있는 264㎡ 안팎의 택지가 제공된다. 원주민은 조성 원가의 80% 선에서 이 땅을 살 수 있다.

택지개발촉진법은 원주민이 LH 등과 필지 계약을 맺은 뒤 1회에 한해 이주자용 택지 분양권을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전 딱지 형태로 미등기된 상태에서 거래하는 것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하지만 택지개발지구 인근에선 투자 수요 등과 맞물리면서 권리 관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분양권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고덕신도시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이주자 택지 대상자라는 통보 서류만 있으면 다 거래한다”며 “권리관계가 확정되면 가격이 더 오르기 때문에 그전에 사두려는 수요자들이 많아 웬만한 건 나오자마자 팔린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고덕신도시 미군기지 예정 부지 11·13블록은 LH가 지난 4월 필지 지정 절차를 시작하기 전부터 최고 8억원까지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평택시청 등이 들어설 행정타운 예정 부지도 2억85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있다. 웃돈이 워낙 높다 보니 한 개의 딱지를 이중, 삼중으로 계약하는 불법 거래도 생긴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 설명이다. 거래 땐 웃돈을 뺀 조성 원가 수준으로 계약서를 쓰는 ‘다운계약’도 빈번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LH와 원주민 간 계약이 확정되기 전에 이뤄지는 이주자용 택지 거래는 보호 규정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피해를 입어도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위조된 서류를 일반인이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LH 관계자는 “원주민을 대상으로 택지 공급계약이 이뤄지고 난 뒤 한 차례 허용되는 전매 기회를 활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 이주자택지

정부가 특정 지역을 개발하면서 대상 지역의 토지를 수용할 때 택지개발지구 내에 거주하던 원주민에게 주는 토지를 말한다. 단독주택이나 점포주택을 지을 수 있다. 건폐율 50%, 용적률 150%가 적용된다. 원주민은 1회에 한해 사업자가 공급한 가격에 웃돈을 붙여 팔 수 있다. 이후 거래는 사업자가 공급한 가격 이하로만 매매가 가능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