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확정도 안하고 설명회부터?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속도위반'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이 추진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규제에 묶여 개발이 어려웠던 역세권 지역에 3년간 한시적으로 고밀도 개발을 허용해 청년층에 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4일 송파구를 시작으로 총 네 차례 열릴 예정이던 권역별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설명회가 무기 연기됐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정책국장은 “당초 의견 청취를 겸해 권역별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조례 확정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설명회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대신 사업에 관심 있는 토지주를 대상으로 오는 20일까지 개별적으로 사전 검토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시범사업지는 충정로역(지하철 2·5호선)과 봉화산역(6호선) 역세권이다. 내년 말 입주를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 의회는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관계자는 “청년 주거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문제에 동의하고 큰 틀에서 서울시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입법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는 계획안을 시장이 확정적인 것처럼 발표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박 시장은 서울시 청사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주거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용도용적제를 적용하지 않고, 원룸형(50㎡ 이하)에 대해 주차장 설치기준을 가구당 0.3대로 낮추고 기계식 주차를 허용하는 등의 규제 완화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시의회의 입법과정에서 조정 가능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발표에 앞서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정부가 지원하는 뉴스테이, 행복주택에 해당하는데 국토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실무라인에서 비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청년주택’이라는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정책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주택 조례안은 다음달 열리는 268회 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정 국장은 “작년에 시의회 보고 후 예정했던 설명회가 늦어져 다시 보고하지 못한 데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의회와 협조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