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사업자 등에 자금을 빌려주는 부동산 P2P(peer to peer: 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 금융)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연 10% 내외의 높은 수익이 제시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투자액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담보 대출 수준에 머물던 투자 영역도 주택·상가 신축 자금 대출, 아파트 건설사업의 브리지론(단기 차입금) 대출, 지분형 투자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예상 수익률이 높은 만큼 투자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자가 제때 빚을 갚지 못하면 부동산 경매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투자금의 일부를 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연 10% 수익…돈 몰리는 '부동산 P2P 금융'
○1년여 만에 400억원 몰려

3일 한국경제신문이 P2P 업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집계한 국내 주요 부동산 P2P 투자업체 여섯 곳의 누적 대출액은 403억8890만원에 달했다. 업체별로 테라펀딩 195억원, 투게더 105억5700만원, 루프펀딩 70억5000만원 순이다. 2014년 말 부동산 P2P 투자가 처음 도입된 뒤 1년6개월도 안 돼 시장 규모가 400억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2주 동안에 누적 대출금액이 50억원 이상 늘어날 정도로 시장 팽창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연 10% 수익…돈 몰리는 '부동산 P2P 금융'
부동산 P2P 투자업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와 사업자를 연결시킨다. 예비 차입자가 내놓은 부동산 담보 가치와 건축물 신축·분양 사업계획의 수익성 등을 평가해 예상 투자수익률을 산정한 뒤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P2P 업체들은 돈을 빌려가는 부동산 사업자(대출금의 연 1~3%대)와 투자자(투자금의 연 1%대)로부터 각각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업체별로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기대 투자수익률은 연 8~15% 수준이다.

부동산 P2P 투자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초기엔 주택과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단순 대출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소형 빌라 신축자금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경기 지역의 신축 빌라를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기 고양, 동두천, 시흥, 파주, 수원 등의 빌라 신축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엔 30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건설사업의 단기 차입금 12억원이 P2P 업체를 통해 조달되는 사례도 나왔다.

○목표 수익률 연 10% 내외

소규모 건축업자들이 많이 찾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연 9~12% 수준이다. P2P 업체 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낮다. 하지만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선 대출 건당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급하고 자산신탁사에 자산관리업무를 맡겨야 해 실제 부담 비용은 크게 높아진다. P2P 업체는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1주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10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는 은행 대출이 잘 안 돼 제2금융권이나 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루프펀딩 등 P2P 업체들은 알고리즘(자동화된 의사결정 구조) 기법을 통해 투자사업을 분석한 뒤 예비 대출 대상자를 찾아가 대출을 권유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201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P2P 대출업체인 펀드라이즈, 리얼티모굴, 렌드인베스트 등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투자 전 담보 내역 꼼꼼히 따져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P2P 업체들을 통한 투자에 나서기 전에 담보 부동산의 기존 담보대출 내역과 입지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P2P 대출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자칫 투자금 전부를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간 사업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P2P 업체나 업무를 위임받은 부동산신탁회사가 건물을 대신 분양·임대하거나 경매 처분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 해당 부동산이 P2P 업체에서 대출받기 이전부터 다른 곳에서 이미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면 후순위 채권자로 분류돼 투자 원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P2P 업체들은 현행법상 대부업체로 분류돼 투자자의 투자수익에 대해서도 이자소득세(15.4%)보다 높은 27.5%의 비영업대금 소득세가 적용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