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카타르 도하에서 건설 중인 지하철 1호선 ‘레드라인’ 공사 현장. 이 공사엔 폭파 없이 굴착하는 첨단공법이 적용된다. SK건설 제공
SK건설이 카타르 도하에서 건설 중인 지하철 1호선 ‘레드라인’ 공사 현장. 이 공사엔 폭파 없이 굴착하는 첨단공법이 적용된다. SK건설 제공
국내 건설업체들이 그동안 주력해온 중동 플랜트 수주에서 벗어나 토목·건축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저(低)유가가 결정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플랜트 발주를 미루는 것은 물론 사업비도 처음보다 낮추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과 공사기한 지연 등이 맞물리면서 중동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은 3년 이상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플랜트 실적, 아직도 손실 구간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은 2013년 각각 1조여원과 9000억여원의 영업적자를 적어내 건설업계에 충격을 줬다. 예상치 못한 중동 플랜트사업 손실 때문이었다. 이듬해엔 대림산업도 상당한 적자를 냈다.

해외 플랜트부문 적자는 진행형이다. GS건설은 지난해 플랜트부문 매출이 4조9068억원에 달했지만 109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림산업도 플랜트 매출 3조7012억원을 올렸으나 718억원의 손실을 봤다. 대우건설은 플랜트 매출 1조3821억원에 영업적자 444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플랜트 분야 손실을 국내 주택사업으로 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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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하는 플랜트사업 비중

지난해 중동에서 수주한 플랜트사업 건수와 금액은 15건, 104억달러로 2011년 이후 최저다. 전년(274억달러)의 38%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의 플랜트 수주액도 각각 3억달러와 41억달러로 전년의 21%와 70% 선에 그쳤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최근 5년간 처음으로 단 한 건의 플랜트사업도 따내지 못했다.

국내 업체의 해외 수주에서 60~70% 이상을 유지하던 플랜트사업 비중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50%대로 낮아진 데 이어 올 1분기엔 40%대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플랜트를 수주해도 이익을 보지 못하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수익 전방사업인 기획관리(PMC)와 기본설계(FEED) 기술이 없고 도급 시공만 하는 데다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다 보니 사업을 벌여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정수동 도화엔지니어링 부사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엔지니어링 특별포럼’에서 “단순도급 사업에서 벗어나 민관 협력으로 PMC 또는 FEED 역량을 키워야만 해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급 토목’으로 눈 돌려

SK건설의 지난해 매출 8조7225억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랜트사업부(5조9108억원)의 매출총이익률은 3.36%에 그쳤다. 반면 건축주택사업부와 인프라사업부의 매출총이익률은 각각 10.47%와 5.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SK건설은 터널 시공 강점을 살려 중동 동남아 등의 인프라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가 짓고 있는 카타르 첫 지하철 ‘도하 레드라인’ 구간은 2014년 7월 TBM(터널 보링머신)공법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20개월 만인 지난달 말 11㎞ 관통에 성공했다.

이 공법은 특수장비로 폭파 없이 굴착과 동시에 터널을 파는 첨단공법이다. 전체 수주액 8억2500만달러 중 60%가량에 대한 공사를 마쳤다.

SK건설 외에 롯데건설과 GS건설도 해외 기업과 합작 형태로 레드라인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SK건설은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해협 해저터널공사 일부 구간(3.34㎞, 3억7800만달러)을 TBM공법으로 공사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14억6000만달러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도 수주했다. 싱가포르 남동부 지하철 3개 노선이 모이는 차량기지 공사다. 32만㎡ 부지에 985개 차량 지하철을 수용하는 빌딩형 시설을 짓는다.

김정희 국토교통부 건설경제과장은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던 저가 수주 전략은 중국 인도 등에 밀려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기획·관리 또는 고급 시공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