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성수기에도 부동산 경기가 맥을 못 출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금융·원자재시장 불안 등 대내외 변수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과잉 논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작년 말부터 조정에 들어간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과 해외 금융시장 리스크까지 가세했다”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상반기 중에는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청약 미달·매매가 하락…얼어붙는 부동산 시장
◆주택 매매시장 급랭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개성공단 운영 중단 등으로 부동산시장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실수요자의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말 이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한국감정원 기준)은 6주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1월 전국 주택가격은 0.11% 올랐지만 전달(0.32%)보다 상승폭이 0.21%포인트 낮아졌다.

개포동 개포주공, 대치동 은마, 둔촌동 둔촌주공 등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 호가는 최근 두 달 동안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설 연휴 이후 봄 이사철 성수기가 시작되면 부동산시장이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은 쏙 들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상반기 내내 별다른 반등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금융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 혼란이 부동산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아파트 잠재 매수자들이 펀드 주식 등에 돈이 묶여 있을 수 있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도 “지난해 말 공급 과잉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 집단대출 규제 등 내부 악재가 쏟아진 데 이어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과 북한 리스크도 가세하고 있어 1분기는 물론 상반기 부동산시장이 침체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전반적인 경기가 녹록지 않고 주택 구매력을 이끌 만한 긍정적인 지표가 보이지 않는다”며 “당분간 주택시장은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청약 경쟁률도 크게 떨어져

청약 미달·매매가 하락…얼어붙는 부동산 시장
올 들어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는 등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1·2순위 청약이 끝난 총 32개 사업장 중 약 47%인 15곳이 순위 내에서 공급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지난해 12월 총 96개 사업장 중 순위 내 미달 단지가 37.5%(36개)였던 것에 비하면 미달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최근 기존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지방의 아파트가 줄줄이 외면받고 있다. 동남하이빌(울산 학산동), 음성 이안(충북 음성군), 이테크 코아루(경북 예천군), 해성센트럴파크(경북 경산시)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6만1000여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지난달 6만5000여가구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프런티어마루의 유재석 상무는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자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홍선표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