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화 '몸살'앓는 전국 옛 도심

젊은 세대 혁신·기업도시 새 아파트로 빠져나가
단독·다세대주택 노후화…슬럼지역 전락 우려
충북 청주시 사직동 무심천체육공원 인근 단독주택가. 지난 23일 이곳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깨진 간판만 달린 옛 상가와 여관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반쯤 허물어지고 쓰레기가 쌓인 빈집도 상당했다. 사직동 일대에만 폐가에 가까운 빈집이 170여가구에 달했다.

인근 주민 김영국 씨는 “밤이면 빈집이 많은 쪽으로는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1년 전 이곳 폐가에서 한 중년 남성이 자살한 적도 있어 경찰이 이따금 빈집들을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 외곽에 새 아파트가 계속 공급되고 인근 세종시로도 주민이 많이 빠져나가 옛 도심엔 공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빈집 100만 가구 (1)] 재개발 늦어지는 사이…부산에선 빈집 7만6천 가구 넘어

◆방치되는 지방 옛 도심

인근 지역과 시 외곽에 혁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 등 지역 거점도시들이 빈집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주시 주택과 관계자는 “공실 수준을 넘어 폐가에 가까운 빈집만 전주 시내에 673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부산 대구 등 광역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 북항 인근 우암동 언덕 지역 좁은 골목길 주변으로 서너 집 건너 한 집꼴로 빈집이다. 이 일대 주택의 20%가량이 버려져 있다는 게 부산시 측의 설명이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은 거주 환경이 좋은 새 도심지역으로 대부분 빠져나가고 노인만 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에는 이 같은 폐가를 포함한 전체 빈집이 7만6069가구(2014년 말 기준)로 최근 4년 새 85% 이상 급증했다. 부산시는 2010년 재개발구역 빈집에서 ‘여중생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옛 도심 슬럼화 현상이 심해지자 시 예산을 투입해 폐가 철거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빈집은 계속 증가세다. 부산과 인접한 곳에 경남 양산신도시, 정관신도시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어 부산 지역 빈집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방 도시들의 옛 도심 재개발 전망도 밝지 않다. 청주 사직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광희 씨는 “청주시 외곽 방서지구와 동남지구 등에서 아파트 공급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 기존 도심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남 등 주택보급률 110% 넘어

지방의 옛 도심지역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인구 증가에 비해 주택 공급 증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지방 13개 시·도 중 충남·충북·전남·경북 등 6개 지역은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어섰다. 부산 대구 광주 등 광역시 역시 자연 공실을 감안하더라도 완전 공급(105~107%) 수준에 근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최근 방치된 빈집을 강제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을 담은 ‘빈집 특례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5년 이상 빈집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부산 광주 등에서 보여주듯 폐가를 집 소유주가 개별적으로 정비하는 수준의 대책으로는 늘어나는 빈집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도심 외곽에서 주택이 계속 공급되면 지방 기존 도심이 슬럼지역으로 고착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손잡고 시 외곽에 주택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기존 도시권 주택지역 재정비를 추진해 젊은 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도심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청주=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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