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분양시장] "분양 성수기에 공급 몰린 탓…증가세 가팔라 수급 더 지켜봐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을 분양 성수기(지난 10~11월)에 새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미분양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꺼번에 공급이 몰려 일시적인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한풀 꺾인 분양시장] "분양 성수기에 공급 몰린 탓…증가세 가팔라 수급 더 지켜봐야"
하지만 공급과잉이 장기화되면 미분양 증가에 따른 집값 하락 등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 꺼진 집’으로 불리는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오히려 10월보다 2.9%(315가구) 줄어드는 등 매매 전환 수요는 꾸준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건설회사들이 공급 물량을 조절하면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택공급 과잉 논란과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분양가 상승 등 4중 악재(惡材) 여파로 당분간 미분양 아파트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겨울 분양 물량도 예년보다 많은 만큼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달 들어 기존 주택 거래량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식고 있는 분양시장 분위기가 전체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말부터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섰다”며 “미분양 물량이 조금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주택시장 최대 성수기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계약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1개월 만에 미분양 아파트가 50% 넘게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팔랐다는 점에서 향후 수급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은 32만여가구로 올해(42만9000여가구)보다는 적지만 2010년 이후 최근 5년 평균치(27만5000여가구)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많은 수준”이라며 “적극적인 공급 감소 노력이 없을 경우 미분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미분양이 늘면 투자자는 물론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며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