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내년 아파트 공급 30% 줄인다
10대 대형 건설회사들이 내년에 아파트 공급 물량을 올해보다 30% 정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간 보유 중이던 사업 부지에서의 분양을 올해 상당 부분 마친데다 주택시장 침체에 대비해 신규 수주 물량을 줄인 영향이다. 이 감소 비율대로라면 올해 50만가구로 추정되는 아파트 분양 물량이 내년엔 35만가구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건설회사들이 분양사업 위험관리에 들어가면서 주택 공급 과잉 논란이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공급 물량 최대 65% 줄여

주요 건설회사들이 최근 확정한 내년 사업계획에 따르면 10대 건설회사들은 내년에 14만8323가구(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분과 오피스텔 포함)를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공급 추정 물량 21만3029가구(공급 계획 기준)의 70% 수준이다.

10대 건설사, 내년 아파트 공급 30% 줄인다
10대 건설회사 가운데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8개 업체가 올해보다 분양 물량을 줄이고,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 등 2개 업체는 공급 물량을 늘린다.

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의 감소폭이 크다. 올해 2만2812가구를 공급하는 현대산업개발은 내년 65% 줄어든 7795가구를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건설업체 중 가장 많은 4만5183가구 공급 계획을 세운 대우건설은 내년 64% 감소한 1만61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신상열 대우건설 마케팅팀장은 “아파트 공급이 너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올해 8142가구를 선보인 한화건설은 내년 40% 이상 줄어든 4785가구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올해 2만4580가구에서 내년 1만4915가구로 분양 물량을 줄여 잡았다.

GS건설도 올해 2만9716가구에서 내년 2만547가구로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대림산업도 올해 3만5439가구에서 내년 2만6699가구로 낮춰 잡았다. 홍록희 대림산업 마케팅팀장은 “공공택지 공급이 크게 줄어 주로 택지지구 땅을 매입해 분양하는 중견업체들도 분양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주택 공급 물량을 올해 1만5634가구에서 내년 2만4854가구로 59%가량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정비사업 물량이 많아 일반 공급 물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우호재 포스코건설 마케팅그룹장은 “도시정비사업장 일곱 곳이 내년 공급에 들어가면서 공급계획 물량이 늘었다”며 “재건축·재개발 물량의 55% 정도가 조합원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10대 건설회사의 내년 공급 예정 물량은 올해보다는 크게 줄어들지만 2014년 공급 물량(9만4363가구)보다는 57%가량 많은 수치다.

◆선별 수주 착수

주요 건설회사들이 분양 물량을 줄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위험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건설회사들은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2017년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각각 24만가구 안팎인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 27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17년 32만가구로 급증하는 까닭이다. 특히 공급 물량이 많았던 지방과 수도권 외곽지역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건설회사들은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서울 도심과 주택 공급이 많지 않았던 지방도시 등으로 주택사업 신규 수주를 줄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내년 공급 과잉 상태인 지방에서 아파트 공급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도 전체 공급 예정 물량의 94%를 수도권에서 공급한다.

롯데건설도 수도권 비중을 올해 53%에서 내년 87%로 높이기로 했다. 노규현 롯데건설 마케팅팀장은 “10년 전 공급 과잉 때와 달리 건설회사들이 계약금 비율 상향 조정, 소형 주택형 위주 공급, 선별 수주 등으로 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