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0년대 DIY형 나홀로 주택
2000년대 소규모 단지형
2010년대 100가구 이상 대단지

평택·가평·여주·춘천 등 전철 연장으로 서울 출퇴근
땅값 3.3㎡당 50만~350만원…건축비는 3.3㎡당 500만원선
전용 84㎡ 중소형 주택 인기…음성·원주에선 면세 혜택도
경기도시공사가 민간기업과 함께 전원주택 전용 택지지구로 조성 중인 경기 가평군 ‘북한강 동연재’. 154가구 규모의 전원주택 단지로 도시가스망과 지하 전력공급선을 갖췄다. 가평=홍선표 기자

경기도시공사가 민간기업과 함께 전원주택 전용 택지지구로 조성 중인 경기 가평군 ‘북한강 동연재’. 154가구 규모의 전원주택 단지로 도시가스망과 지하 전력공급선을 갖췄다. 가평=홍선표 기자

금융회사 중견 간부인 이모씨(50)는 매일 아침 경기 가평군 가평읍 전원주택에서 서울 여의도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다. 오전 6시50분에 집을 나서 7시에 경춘선 가평역을 지나는 ITX(도시 간 준고속철도)청춘 열차에 올라탄다. 종착역인 서울 용산역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탄 뒤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30분쯤이다. 경기 구리시 아파트에 살던 이씨는 지난 8월 4억여원을 주고 방 3개와 화장실 2개를 갖춘 전용 84㎡ 2층 목조주택을 구입해 이사갔다. 그는 “수십 가구가 함께 입주한 단지 안에 있어 낮 시간 동안 혼자 있을 아내가 걱정되지 않아 좋다”며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대 부부도 꽤 있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산가들의 주말용 별장으로 주로 사용되던 전원주택이 중·장년층의 실(實)거주용 생활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뿐만 아니라 30~40대들도 전원주택 수요층으로 가세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전철 연장선이 경기 광주·이천·여주, 강원 춘천, 충남 천안 등으로 뻗어가고 고속철도(KTX)와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도 대거 확충되면서 경기 외곽과 강원 및 충북 접경지역에서도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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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강원·충청권으로 확산

국내 전원주택 시장은 시기별로 변화가 뚜렷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내 전원주택 시장을 시기별로 △‘DIY(사용자 제작)’형 전원주택(1990년대) △소규모 단지형 전원주택(2000년대) △분양형 대단지 전원주택(2010년대)으로 구분한다.

전원주택이 수요자 관심을 끌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집주인이 토지 구입부터 설계, 건축 의뢰까지 모든 것을 담당했다. 대부분 전원주택이 홀로 떨어져 있는 ‘나홀로 주택’이었다. 2000년대부턴 사업시행자가 주택 단지를 개발한 뒤 수요자에게 토지를 판매하는 단지형 전원주택이 등장했다. 30가구 내외 소규모 단지가 대다수였으며 이때도 주택의 설계와 건축 의뢰는 수요자 몫이었다. 대부분 단지가 파주, 김포, 화성, 용인, 광주, 양평, 남양주 등 서울과 가까운 경기지역에 집중됐다.

201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요자가 늘어나고 방범 방재 등 공동 관리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1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전원주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업시행자가 수요자에게 땅을 파는 것은 물론 설계와 건축까지 맡아 분양하는 단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철도 교통망이 확충되고 도로 여건도 개선되면서 전원주택 시장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기존 서울·경기 접경지역이나 강원 평창(주말용) 등에 집중됐던 전원주택 지역이 경기 평택(지하철 1호선 운행, 수서~평택KTX 개통 예정), 이천·여주(성남~여주 복선전철 개통 예정), 가평(경춘선·ITX 운행), 안성, 인천 강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토지 가격은 도로와의 거리 등에 따라 3.3㎡당 50만~350만원까지 크게 차이난다. 건축비는 보통 건축면적 3.3㎡당 500만원 내외다. 단열재 등을 대폭 보강한 에너지 절감형 주택은 3.3㎡당 600만원 수준이다.

전원주택 시장에 실거주용 수요가 늘면서 화려한 대형 주택 대신 실속형 주택이 인기를 끄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난방비와 유지비를 감안해 230~330㎡의 땅에 중형 아파트 크기(전용 84㎡)의 주택을 짓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최근엔 경기도와 맞붙어 있는 충북 음성과 강원 원주, 횡성 등을 중심으로 1가구 2주택 중과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규모 전원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수도권에 사는 1주택 소유자가 수도권 밖 읍·면지역에서 취득가 2억원 미만의 주택(건축면적 150㎡ 미만)을 소유할 경우 1가구 2주택 소유자로 분류되지 않아 양도세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시설 갖춘 단지도 등장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단지 안에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는 곳도 생겨났다. 지난해부터 분양을 시작한 경기 가평군 ‘북한강 동연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경기도시공사가 민간기업과 손잡고 국내 최초의 전원주택 전용 택지지구로 개발한 곳이다. 약 6만㎡ 부지에 모두 154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 1차 분양물량 56가구 중 45가구의 분양을 마쳤다. 단지 중앙에 커뮤니티 센터를 설치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 입주민을 위한 공동시설을 들이고 경비원을 고용해 운용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선 이 같은 100가구 이상 대규모 전원주택단지가 경기 평택, 광주 등 5곳에서 분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지 전원주택은 가스·전력 공급장치, 상하수도 시설 등 기반시설도 상대적으로 잘 갖춰졌다는 평가다.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는 “동연재의 계약자 45명 중 12명이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40대 젊은 층”이라며 “서울과 더 가까운 용인, 광주, 남양주 등에선 30~40대 비율이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가평=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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