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역북동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홍보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경기 용인시 역북동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홍보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30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역 앞에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홍보관에 들어서자 신혼부부로 보이는 30대 남녀부터 50대 주부까지 조합원 가입 상담이 한창이었다.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인근에 들어서는 592가구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전용 84㎡ 조합원 분양가는 5억5900만원으로 시세가 6억원인 이웃한 ‘상도 브라운스톤’과 비교해 4000만원가량 낮다. 분양상담사는 “조합원 물량 439가구 중 320가구는 주인을 찾았다”며 “청약금과 계약금을 합쳐 3100만원만 내면 된다”고 조합원 가입을 권유했다.

규제 완화·주택시장 호황 ‘쌍끌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 분양가구 수는 2만1431가구(33개 조합)에 이른다. 작년 연간 분양물량 1만5485가구를 이미 크게 뛰어넘었다.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치다. 지난 9월 말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126개 조합, 9만6084가구에 달해 전국적으로 11만여가구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열풍] "인근보다 수천만원 싸다"…'아파트 공동구매' 3040 몰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수요자들이 재건축·재개발처럼 조합을 결성해 집을 짓는 방식이다.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다. 시행사 없이 조합이 직접 토지를 사들이고 건설회사와 시공 계약을 맺는 만큼 비용이 줄어든다. 일반 분양 아파트와 비교해 분양가가 10~20%가량 저렴한 이유다. 조합원들이 짓는 아파트인 만큼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지난 8월 입주에 들어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호계 푸르지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전용 84㎡ 조합원 분양가는 2011년 당시 3억8000만원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4억5000만원으로 20% 가까이 뛰었다. 옛 LS전선 공장 부지였던 토지를 사전에 확보해 사업기간이 줄어든 결과다.

정부도 그동안 무주택자 내집 마련과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2009년 사업 부지의 95%를 확보하면 잔여 부지에 대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해 이른바 ‘알박기’로 인한 사업 지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2013년에는 해당 시·군에서만 가능했던 조합원 모집을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경남권(부산·울산·경남) 등 9개 광역 생활권으로 확대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전용 85㎡ 이하 1주택 보유자도 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분양 호황 영남권이 주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최근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활발하다. 2005~2010년까지 수도권이 전체 조합설립인가 가구의 95%에 달했으나 2010년 이후 지방이 83%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의 지역주택조합 설립 준비 가구는 4만5756가구(60곳)로 전국 추진 가구(9만6084가구·126곳)의 절반에 가깝다. 부산 대구 등의 주요 일반 분양아파트가 수백 대 1의 경쟁률로 청약 1순위에서 잇달아 마감하면서 그 열기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옮겨붙었다는 설명이다.

1만여가구(20여곳)를 웃도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동시다발로 추진되고 있는 대구에서는 조합에 가입하기 위해 노숙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 달서구 ‘신월성 코오롱 하늘채 S’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지난달 조합 가입 희망자가 몰리면서 개관 전부터 홍보관 앞에 500m 가까운 줄이 늘어섰다. 좋은 층과 방향을 배정받을 수 있는 앞줄 번호표에는 1000만원가량의 웃돈까지 붙어 거래됐다. 주택조합원 지위는 사업계획 승인 이후에만 전매할 수 있지만 웃돈을 받고 조합원 자격을 사고파는 불법 거래가 적지 않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사업계획 승인 과정에서 동·호수 배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무턱대고 조합원 자격을 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홍선표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