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공급 증가와 세종시로의 주택수요 이동 영향으로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 아파트 미분양이 늘고 매매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와 가까운 대전 유성구 일대. 한경DB
새 아파트 공급 증가와 세종시로의 주택수요 이동 영향으로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 아파트 미분양이 늘고 매매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와 가까운 대전 유성구 일대. 한경DB
지난 22, 23일 청약을 받은 충북 진천군 충북혁신도시의 한 아파트가 820가구(일반공급 기준) 모집에 458명만 청약해 대규모로 미달했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서 공급된 613가구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도 미달가구가 161가구나 나왔다. 같은 기간 청약 경쟁률이 112.1 대 1에 달한 부산 정관신도시 ‘가화만사성 더테라스’나 53 대 1을 기록한 경북 경산시 ‘펜타힐즈 더샵 2차’ 등 영남권과의 온도차가 크다. 신규 주택 공급 증가와 이웃한 세종시가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빨대효과’까지 겹친 충청권 주택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 늘고 집값 내리고

대전·충청에 다시 쌓이는 미분양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은 4만8031가구로 3만7555가구였던 지난해 전체 공급량보다 27.8% 증가했다. 최근 3년(2012~2014년) 충청권 평균 공급량과 비교해서는 55.7% 급증한 수치다.

공급이 쏟아지면서 덩달아 미분양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9월 말 충남의 미분양 주택은 5537가구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제외한 지방 광역시 중 가장 많다. 2838가구였던 작년 말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해 말 미분양 주택이 444가구였던 대전도 9월 말 현재 809가구로 8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도 미분양 주택이 931가구에서 1265가구로 35% 증가했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 아파트 값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31일 이후 9주간 대전은 두 차례, 충남은 세 차례, 충북은 여섯 차례나 주간 아파트 값이 하락했다. 이 기간 아파트 값이 내린 곳은 대전과 충남, 충북뿐이다.
대전·충청에 다시 쌓이는 미분양
○세종시로 주택 수요 몰려

세종시로 충청권 주택 수요가 몰리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올 9월 말 출범 3년 만에 세종시 인구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옛 세종시인 충남 연기군 등에 원래 살던 주민 외에 순수 늘어난 인구는 10만3000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가운데 3만2278명은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인근 지역에서 세종시로 옮겨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주한 인구 2만698명보다 50% 이상 많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세종시에서 공급한 세종시 국민임대아파트는 세종시 거주자가 청약 1순위, 대전 유성구와 충남 공주시, 천안시, 충북 청주시 거주자가 청약 2순위였다. 이들 지역을 세종시와 같은 생활권으로 본 것이다.

4만여가구에 가까운 새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세종시 전세가격이 인근 지역보다 낮은 것도 빨대효과를 부추기고 있다. 국민은행이 광역시·도의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을 조사한 결과 세종시 전셋값은 1억1433만원으로 대전(1억4355만원)과 충남(1억3054만원)은 물론 충북(1억1739만원)보다도 낮았다. 세종시 아파트가 2012년 하반기부터 입주한 새 집인 데다 주변 환경이 좋아 신혼부부 등 전세수요가 세종시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