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오포읍엔 곳곳이 빌라 공사장이다. 기존 빌라촌 앞뒤로 새 빌라 단지가 연이어 들어서고 있다. ‘과연 모두 입주가 될까’는 생각이 들 정도다. 들판 한가운데 홀로 올라가는 빌라도 있다. 송정동 광주시청 인근에도 빌라 수십 동이 새로 지어지고 있다.

빌라 공급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수도권 외곽 빌라 가격은 최근 하락세다. 지난 3월 1억8450만원에 거래된 광주 송정동 J빌라 전용 76㎡는 지난달 7.5%가량 떨어진 1억7100만원에 팔렸다. 남양주 등 서울과 가까운 경기 동부지역 전용 59㎡ 빌라(방 3개·화장실 2개) 분양가는 평균 1억5000만원 선으로 올초보다 15%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빌라가 빽빽이 들어선 경기 광주시 송정동 행정타운로 일대.    이해성 기자
신축 빌라가 빽빽이 들어선 경기 광주시 송정동 행정타운로 일대. 이해성 기자
‘빌라 천국’ 된 수도권 동부

수도권 외곽에 빌라 건축 붐이 다시 일어난 주된 이유는 전세난이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서는 등 서울과 주요 수도권 지역 전세난이 계속되자 전세난에 밀려나는 실수요를 겨냥해 빌라 건축이 급증한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부천, 안산, 안양 등 서울과 가까운 경기 서남부에서 빌라 건축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경기 동부가 새롭게 ‘빌라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빌라 페인트칠 전문업자인 안영근 씨는 “우리야 일감이 많아 좋지만 수도권 외곽에서 요즘처럼 새 빌라가 많이 생기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건축업자들은 빌라를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보통 빌라 한 가구를 팔아 남는 순이익은 매매가의 15~20% 선이지만 최근 공급이 늘면서 수익성이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광주지역에 빌라 건립이 크게 늘어난 건 교통망 확충 계획의 영향이 크다. 먼저 내년 중순 성남~여주복선전철이 개통할 예정이다. 판교에서 광주를 거쳐 곤지암, 이천, 여주로 이어지는 이 철도가 개통하면 변변한 대중교통수단이 없던 광주의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다. 건설 중인 성남~장호원 자동차전용도로(내년 중순 개통 예정)도 광주를 지나간다. 수도권 전반에 걸친 그린벨트 해제도 건축허가 절차가 간소한 빌라 급증에 한몫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2015년 4월 전국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63.178㎢로 이 중 절반가량인 31.815㎢가 경기에 몰려 있다. 그린벨트가 본격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한 2010년 경기 빌라 건축물량(1만3162건)은 전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이듬해(2011년)에는 3만907건으로 전년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남양주 화도읍에서도 막 신축된 빌라와 올라가는 빌라 골조가 수없이 보인다. 재작년 말 경춘선 천마산역이 개통된 이후 빌라가 부쩍 늘었다. 2009년 뚫린 서울춘천고속도로 영향도 있다. 화도읍 묵현리에서 빌라(골든캐슬)를 분양 중인 박희자 씨는 “서울 강동구 등의 재건축 이주민 등을 보고 빌라를 최근 지었는데 46가구 중 10가구만 팔렸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 vs ‘일시적 현상’ 엇갈려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으로 앞으로 ‘미분양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빌라가 한꺼번에 대거 공급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뒤부터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증해 전세물량이 남아도는 역전세난이 생기면 빌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집주인(토지 소유주), 건설업자 등이 연쇄적인 타격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실수요자 중심인 빌라 거래량 추이를 볼 때 공급과잉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3분기(1~9월)까지 경기 지역 빌라 매매는 4만5573가구로 작년 연간 물량(4만4999가구)보다 많았다. 남양주 마석쉼터부동산 관계자는 “빌라는 입지별로 분양 온도 차가 크다”며 “오히려 젊은 층이 신축 빌라를 많이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양주·광주=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