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증가와 함께 2~3년 뒤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일부 지방도시에서 주택 공급과잉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경남의 한 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한경DB
아파트 분양 증가와 함께 2~3년 뒤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일부 지방도시에서 주택 공급과잉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경남의 한 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한경DB
대구 경북 충남 등의 일부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방은 2013년부터 주택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올해 민간 건설회사들이 전국에서 내놓는 물량이 사상 최대인 43만여가구에 달하면서 올해부터 3년간 입주 물량이 최근 3년간의 3~4배를 넘는 지방 도시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2년 뒤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경북·충남, 입주 물량 2~3배 늘어…2년 뒤 '역전세난' 걱정할 판
○경북 입주 물량 3배로 늘어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광역자치단체로 경북 충남 대구 세종 등이 우선 꼽힌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1만7730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입주한 경북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4만8451가구가 준공한다. 신규 입주 물량 증가율이 173%에 달한다. 충남(증가율 169%) 대구(150%) 충북(75%) 세종(72%) 경남(40%) 등도 향후 3년간 입주 물량이 많다.

경북·충남, 입주 물량 2~3배 늘어…2년 뒤 '역전세난' 걱정할 판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방 일부 아파트에서 분양미달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입주 물량 증가와 관련이 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충남 예산에서 최근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는 359가구 청약에서 236가구가 미달됐다. 경북 구미 옥계지구와 전북 군산, 전남 무안 등에서도 미분양이 나타났다.

분양마케팅업체 도우아이앤디의 손상준 대표는 “아파트는 보통 분양 2년6개월 뒤 입주하기 때문에 이 기간을 감안해 공급 과잉 여부를 판단한다”며 “일부 지방 도시에선 최근 2~3년간 상당한 공급이 이어져 입주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분양 물량이 급증하면 2년 반 뒤 입주 물량 증가와 함께 아파트 가격 하락, 역전세난 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춘우 신한은행 PB팀장은 “2년 뒤 금리와 내수경기 상황 등 대내외 시장 환경에 따라 입주율 차이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제 집값 6개월 연속 약세

입주 물량이 많은 지방 중소도시 중에선 전국 부동산시장 호황에도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남 거제시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락률은 0.89%로 크지 않지만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810가구였던 거제 입주 물량이 올해는 4133가구로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경북 칠곡군 아파트값도 신규 분양 물량 증가 속에 올 들어 지난 3월을 제외하곤 모두 약세를 보였다. 충남 홍성과 아산, 경남 진해도 하반기 들어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다.

광역시 중에선 세종시가 입주 물량 몸살을 앓고 있다. 한솔동 힐스테이트 전용 101㎡ 매매가격은 연초보다 1000만원 내린 3억6000만원대다. 6월 3.3㎡당 755만원이던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한국감정원 기준)은 지난달 말 749만원으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3.3㎡당 평균 432만원이던 전셋값도 422만원으로 하락했다. 최근 3년간 입주 물량이 2만2000여가구인 세종시의 향후 3년간 입주 물량은 3만8012가구에 달한다.

ㅇ기초자치단체 중 입주 물량이 많은 곳으론 경남 창원과 양산, 경북 구미와 경산, 충남 천안과 서산, 대구 달성군, 광주 서구 등이 꼽힌다. 호한철 반더펠트 사장은 “이전 수요가 적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입주 때 수도권보다 두세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년 이후 주택대출 심사 요건이 강화되는 것도 입주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