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여파로 실수요자들이 서울 강북권 재개발 아파트 청약에 나서고 있다. 26.1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성동구 ‘e편한세상 신금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이 주택모형을 보고 있다. 대림산업 제공
전세난 여파로 실수요자들이 서울 강북권 재개발 아파트 청약에 나서고 있다. 26.1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성동구 ‘e편한세상 신금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이 주택모형을 보고 있다. 대림산업 제공
서울 강북권 노후 주택을 재개발한 새 아파트들이 평균 10 대 1을 웃도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1순위 마감에 잇따라 성공했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 중 상당수가 내 집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위례와 광교, 동탄2 등 수도권 신도시 분양시장의 열기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거쳐 강북권 새 아파트로 옮겨붙었다”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동북권 기존 아파트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재개발 아파트 '분양 매진' 줄 잇는다
○청약자 몰리는 강북 분양시장

1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호15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신금호’는 17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서울 거주자인 당해 청약자만 4550명이 몰려 평균 26.1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실수요 청약이 많은 전용 59㎡A형은 3가구에 608명이 몰려 202.6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마감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전용 116㎡와 전용 124㎡도 각각 3.2 대 1과 6.4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이웃한 금호동 금호20구역을 재개발한 ‘힐스테이트 금호’도 같은 날 청약에서 68가구 모집에 1227명이 접수해 평균 18.0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전용 84㎡C형은 7가구에 568명이 신청해 최고 8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대형인 전용 114㎡A·B형도 각각 7.0 대 1과 4.4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앞서 분양한 성동구 옥수동 옥수 13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는 92가구에 서울에서만 5280명이 접수해 평균 57.4 대 1의 경쟁률로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 뷰’(43 대 1)를 누르고 올해 서울 분양 아파트 중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존 아파트·분양권 거래도 활기

서울 재개발 아파트 '분양 매진' 줄 잇는다
서울 동북권 기존 아파트 거래량 증가폭도 눈에 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644건으로 작년 8월(1038건)과 비교해 58.3%나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은 1310건에서 1770건으로 3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새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량도 강북권이 강남권을 웃돈다. 최근 재개발 아파트 분양이 많았던 성동구와 서대문구, 은평구의 지난달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181건으로 강남3구(119건)보다 훨씬 많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셋값이 집값의 80~90%에 달한 강북권 일부 아파트는 전셋값에 2000만~3000만원만 더 보태면 매입이 가능하다”며 “기존 아파트 매입이나 분양권·입주권 전매에 나서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산과 대구, 창원 등 지방 대도시 분양시장은 활황세를 이어갔다. 부산 동래구 낙민동 ‘동래 꿈에그린’은 512가구에 6만1630명이 몰려 평균 120.3 대 1에 달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 각산 서한 이다음’(65.5대 1)과 ‘창원 롯데캐슬 더 퍼스트’(73.9대 1)도 각각 1만9000여명과 3만4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충북 청주시 비하동 ‘청주 대광로제비앙 1, 2차’도 1순위서 모두 마감됐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