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부동산 법칙들이 되살아났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주택은 2000년대 초·중반과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전용 60㎡ 이하 중소형 주택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점이다. 2013년 가장 먼저 반등을 시작한 평형은 전용 60㎡ 이하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용인 등에 소재한 60㎡ 이하 주택은 2000년대 중반 전고점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전용 85㎡ 이상 주택은 이전 최고점 대비 80~9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형주택이 인기를 끌자 건설회사들은 소형주택의 3.3㎡당 분양가격을 중대형 평형 분양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기 시작했다. 서울 상일동에서 분양 중인 ‘고덕숲 아이파크’는 전용 59㎡ 분양가격이 3.3㎡당 최고 21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전용 84㎡ 분양가는 2000만원대, 전용 110㎡ 분양가는 1800만원대에 그친다. 2000년대 중반엔 큰 평형일수록 분양가격이 비쌌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등의 영향으로 소형 주택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이 아니라 경기 용인 등 수도권 외곽이 주택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장을 주도한 지역은 강남이었다. 강남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1기 신도시, 서울 강북, 1기 신도시 주변 지역 순으로 상승세가 퍼져나갔다. 그러나 최근엔 경기도가 먼저 상승한 뒤 서울이 뒤를 이었다. 2013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2년간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면 광명(상승률 11.68%) 용인 수지구(10.79%) 안산 상록구(10.29%) 등의 상승률이 서울 강남구 상승률(5.12%)의 두 배를 넘는다.

2억~4억원대 저가 주택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은 곳은 강서구(3.89%) 성북구(3.39%) 구로구(3.07%) 등 중저가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2000년대 초·중반 시장이 개발 기대감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주도하던 시장이었다면 현재 시장은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시장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단지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