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있다. 서울 시내 같은 지역, 같은 평형의 단지임에도 분양 시기에 따라 수천만원의 분양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한경DB
지난달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있다. 서울 시내 같은 지역, 같은 평형의 단지임에도 분양 시기에 따라 수천만원의 분양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한경DB
지난달 서울 중랑구 묵동 재개발구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전용 85㎡ 초과)은 1433만원 선으로 5개월 전 같은 구에서 선보인 ‘상봉 듀오트리스’보다 200만원가량 비쌌다. 전용 85㎡ 평형을 기준으로 하면 총 분양가격이 6000만원 정도 높다.

지역과 아파트 브랜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 정비구역(재개발·재건축) 내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름세다. 지난달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자 정비구역 조합들이 일반분양가를 잇따라 높이고 있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를 훨씬 뛰어넘는 분양단지까지 나오면서 시세를 감안하지 않은 분양가 인상이 자칫 입주 때 입주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부산·광주 분양가 껑충

지난달 공급된 서울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 코오롱 하늘채’의 전용 85㎡ 이하 가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490만원으로, 1년 전 공급된 성북구 돈암동 ‘돈암 정릉하늘채’(평균 1438만원)보다 50만원 이상 높았다. 전용 85㎡ 전체 분양가격이 16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분양가 뛴다] 상한제 폐지로 분양가 '高高'…서울 묵동 재개발 6000만원 올라
지방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달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아델리움 in 비엔날레’ 전용 85㎡ 이하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870만원으로, 지난 3월 분양가 상한제도 아래에서 분양된 북구 각화동 골드클래스(742만원)보다 17% 이상 비쌌다.

부산에서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부산 광안 더샵’(전용 85㎡ 이하·3.3㎡당 1033만원)과 ‘연지동 삼정그린코아’(880만원)의 분양가격은 상한제 적용 단지인 ‘범양 레우스더퍼스트’(861만원)보다 높았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856만원으로 1년 전(820만원)에 비해 4.4%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에선 1801만원에서 1941만원으로 7.7% 뛰었다.

○분양가 올려 조합 분담금 줄이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큰 호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비구역 조합 내분 등으로 사업이 늦춰져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비사업 지역들이 분양가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돼서다. 서울 도심의 한 뉴타운 사업장은 관리처분 총회 때 100억원대 적자를 예상했으나 일반분양 때 분양가를 올려 100억원대 흑자로 전환했다. 150억원대 사업 적자가 예상됐던 서울 도심권의 또 다른 재개발구역도 일반분양가 인상을 통해 조합원 추가 분담금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잇단 분양가 인상이 입주 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분양물량 증가로 2~3년 뒤 입주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입주 때 새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를 크게 웃돌 경우 자칫 입주 포기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분양 계약자가 입주를 제때 하지 못하면 잔금 납부가 지연되고 조합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건설업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정비구역 조합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 팀장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오다 보니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걸기 힘든 분위기”라면서도 “무차별적인 분양가 인상이 입주 때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