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이르면 이달중 시행
"영세상인 보호" 환영 vs "임대료 인상 부작용" 우려


상가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임차인에 대한 보호 장치가 강화되게 됐다.

개정안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리금은 장사가 잘 되는 상가를 거래할 때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영업권에 대해 지불하는 일종의 보상금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임차 종료 후 3년까지 손해를 배상하게 된다.

법으로 금지되는 임대인의 '방해 행위'는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 신규 임차인에게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 그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 등이다.

다만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 또는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

또 권리금 계약에 관한 표준권리금계약서 사용도 권장해 그동안 상인들끼리 관행처럼 주고받은 권리금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공포(관보 게재)되는 시점부터 시행되며 이르면 내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6월부터는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는 규정은 기존 임대차에도 적용되도록 하고 있어 임대차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임차인의 권리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거래됐던 상가 권리금이 법적 보호를 받게 된 만큼 임차인의 권리도 강화되겠지만 건물주가 상가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임차인이 대항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또 재건축시 임차인에 대한 피해구제 방안과 상가건물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에 관한 논의가 빠진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일단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에 당장 눈에 띄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신사동이나 이태원, 홍대앞, 강남역 일대의 이른바 '핫플레이스' 상가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전문위원은 "신도시 일대의 신규 상가들은 애당초 임대료가 워낙 높게 책정돼 오히려 임대료가 많이 내리고 있어서 큰 영향을 받지 않겠고 주로 임대료가 높은 상가의 임대인과 임차인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의 권리가 강화되는 만큼 건물 매매에서 임차인에 대한 관리 부분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한 급격한 건물 가격 변동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장해줘야 하는 부담이 생긴 만큼 권리금 보전에 대비해 임대료를 높여 받는 임대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 최광석 변호사는 권리금을 산정할 객관적인 계산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 임대인이 건물의 성격에 맞지 않는 업종으로 전환하려는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부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아 건물주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권리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임차인이 시설 투자비용이나 매출액 등을 실제보다 부풀려 책정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권리금 분쟁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여러 위험 부담을 안고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만큼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밖에 없어 상가 임대료가 일제 상승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그동안 음성적으로 세입자들끼리 거래해 온 권리금을 양성화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상가 권리금이 법으로 보호되면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료 뿐 아니라 권리금까지 합법적으로 부담해야 해 진입 비용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 센터장은 "기존 세입자가 신규 세입자에게 무리하게 많은 권리금을 받으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높아진 권리금과 연동해 임대료도 동일하게 올리려는 보상심리가 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창업자나 재계약자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