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휴양단지 무산 위기] 제주 외국인 투자사업 '법적 미비'로 첫 제동…외자유치 악영향 우려
제주도가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아 추진한 7개 대형 개발프로젝트 중 하나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이 사업부지 수용이 적법하지 못했다며 토지 수용 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합작 시행사 버자야제주리조트는 강제 수용한 12만4516㎡ 규모 땅의 원래 소유주들과 토지 매수 협상을 다시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사업은 제주 중문관광단지 인근인 서귀포시 예래동 해변의 74만1193㎡ 터에 대규모 휴양 콘도(1531실)와 호텔(935실) 및 카지노, 150병상 의료시설, 수영장 스파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10년 사업 물거품 위기

정부는 2001년 제주도를 관광·휴양과 서비스 산업 등 복합기능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7대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JDC는 2005년 서귀포시로부터 유원지 개발 인허가를 받아 사업에 나섰다. 2008년 호텔·리조트로 유명한 버자야그룹의 투자도 유치했다.

JDC는 부지 매입 과정에서 일부 토지소유주와는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74명의 땅주인과는 합의에 실패, 2006년 말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을 받아 12만4516㎡를 강제 수용했다. 땅 주인 강모씨 등 네 명은 곧바로 토지수용위원회와 JD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JDC와 버자야는 1500여억원을 투입해 1단계 곶자왈빌리지 콘도 147가구 공사를 시작, 지난달 말 현재 공정률이 55%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유원지 인허가와 토지 수용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1심은 JDC가 이겼지만 2011년 2심에서 뒤집힌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이다. 토지 소유권을 잃어버려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JDC와 제주도의 안일한 사업 진행이 대형 사고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국토계획법상 유원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시설을 편법으로 인허가를 낸 것도 문제지만 합의로 분쟁을 마무리할 기회를 잃어버린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1년 광주고법은 화해를 권고했으나 JDC는 응하지 않았다. 당시 원고 네 명이 요구한 금액은 2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수천억원 소송전 벌어지나

JDC와 국토교통부, 제주도 등은 판결이 난 뒤 한 달 가까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제주도와 사업자, 토지소유주 간 원만한 합의를 권고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인 버자야그룹은 토지소유주들과 개별 협의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 사업 포기 후 JDC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금까지 공사비 등으로 2000여억원을 투입했다.

사업 무산을 막기 위해선 인허가 문제와 토지 매입 방안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값이 수용 당시보다 최대 네 배가량 올라 대부분 토지주가 땅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와 JDC는 대책 마련과 동시에 소송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6일 도의회에 출석해 “행정당국과 관계기관의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있었다”며 “최악의 경우 제주도와 JDC가 원고와 피고로 법정에 서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국내 해외 투자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도 믿을 수 없는 나라에 어떤 해외 투자자가 들어오겠느냐”고 말했다.

이현일/양병훈 기자 hiuneal@hankyung.com